문화

2일 ‘지구’ 주제 독창회 여는 소프라노 오선주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2-29 수정일 2021-12-29 발행일 2022-01-02 제 3276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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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음악으로 호소하는 “자연과의 공존”
「찬미받으소서」를 모티브로 지구의 경고 극적으로 표현
바로크 원전악기로 연주… 애니메이션으로 몰입 도와

소프라노 오선주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일상 안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찬미받으소서 118항」)

1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Il Mondo’(지구)를 주제로 독창회를 여는 소프라노 오선주(루치아·40)씨.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이번 공연의 모티브가 됐다”며 지구의 경고를 받아들여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집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편하게 살게 됐지만, 지구에 대한 고민을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반성하게 됐죠.”

오씨는 “자연은 계속해서 경고를 하고 있는데 인간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지금이 그 충돌의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부분에서는 자연이 죽어가고 있고, 또 어느 한 부분에서는 공존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있다”면서 “이를 음악으로 일깨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공연은 헨델과 비발디, 퍼셀의 곡을 중심으로 4부로 나눠 ‘자연의 경고’, ‘자연과 인간의 충돌’, ‘자연의 고통과 죽음’, ‘자연과 인간의 공존’ 순으로 진행한다.

그는 “천둥소리를 통해 지구가 경고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주제와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통해 안내문 없이도 어떤 내용인지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강렬한 음악을, 2부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3부에서는 슬픈 곡을, 4부는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인다.

특히 자연과 인간의 충돌을 표현한 다음 단계에서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삽입해 기도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씨는 “충돌을 멈추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고, 또 마지막 공존에서는 오라토리오를 통해 잔잔하게 끝맺는다”고 설명했다. “공존은 끝맺음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기쁨보다 차분함을 택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도 함께 상영해 극적인 효과를 더할 계획이다. 주제에 맞는 장면을 애니메이션화시켜 만든 영상이다. 그는 “영상을 보여주고 독창자가 전달하는 식의 독특한 구조”라며 “관객들이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공연은 바로크의 원전악기로 바로크 음악을 노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바로크 음악의 매력은 간결함에 있다”며 “현대 악기들은 철재로 만들어졌지만, 바로크 악기들은 동물 창자를 꼬아 만들어진 것으로 자연에 더 가까운 소리가 나고 음 자체도 훨씬 안정적이어서 듣기에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덕분에 인간이 느끼는 감정뿐 아니라 지구가 내는 목소리도 함께 표현하고자 하는데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많은 이들이 사회가 어렵고 힘드니까 깊이 생각하는 음악은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더 멀어지게 됐지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클래식이 감정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크 음악을 더 가까이했으면 해요. 이번 공연이 그 간극을 줄이고, 동시에 일상 안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