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49. 복음과 사회교리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입력일 2021-12-22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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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추린 사회교리」 70항)
삶의 경험·책임에 관련된 ‘복음’
교회뿐 아니라 사회로 퍼져야
인간과 사회에 대해 관심 갖고
주님 제자로 살아갈 것을 당부

2018년 1월 1일 서울 청담동본당과 도봉산본당 신자들이 서울 도봉1동 지역의 이웃들에게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베드로: 아! 모든 게 다 짜증스러워! 왜 맨날 세상은 이 모양이지?

마리아: 맞아요! 왜 맨날 우리만 고생이야!

라파엘: 잘못된 게 있고 바로잡아야 할 것도 있지만 우리만 힘든 건 아닐 거야.

미카엘: 하지만 도무지 나아지질 않아! 정말 도망치고 싶다!

스텔라: 현재 상황을 벗어난다고 뭐가 해결되겠어! 그래도 같이 얘기해 보자!

■ 함께 힘을 모아야!

사상 초유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할까요? 어쨌거나 한 해의 마지막 주간을 맞이했습니다. 여전히 일상은 회복되지 못한 채 많은 분이 고단함을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와 생계 위기가 심각합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더 염려되는 점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 ‘네 탓이오’ 식의 이웃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는 부분입니다.

힘들면 벗어나고 싶고 외부의 탓을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총력을 모아 사태 해결을 우선해야 합니다. 붕괴된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취약한 사회보장제도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에 매진해야 하고 향후에도 감염병 위기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견(政見)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버리고 최대한 서로 신속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런 위기를 이겨내는 힘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 종교의 올바른 역할은?

안타깝게도 최근 종교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같은 종교인으로서 진솔하게 성찰해야 할 것은 과연 우리가 종교인 본연의 역할, 즉 세상의 빛과 소금, 누룩이 됐는지, 섬기러 오신 주님의 모습을 따르려 노력했는지입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상업화된 크리스마스와 영적 세속성을 언급하셨습니다. 실제로 성탄절을 맞이하며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을 위해 자신을 낮추시어 성자께서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 겸손과 섬김의 신비입니다.

하지만 흥겨운 잔치와 선물, 파티와 맛있는 음식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영적 세속성이란 신앙심이나 교회에 대한 사랑의 겉모습 뒤에 숨어서 주님의 영광이 아니라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영광과 안녕을 추구하는 것을 뜻합니다.(「복음의 기쁨」 93항) 그런데 오늘날 그리스도인이나 교회 공동체가 이웃이나 세상을 돌보지 않고 자기만족, 율법주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부르심 받고 신앙을 선물로 받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간추린 사회교리」는 한결같이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촉구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충만한 사랑이 신앙인을 통해 세상에 전달될 때 인간과 사회는 치유되고 성화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하느님 말씀과 복음은 교회에 관련된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모든 삶의 경험과 책임에 관련되며 그래서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곳곳에서 울려 퍼져야 함을 이야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70~71항)

그러고 보면 참된 주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를 져야 하기 때문이지요.(마태 16,24) 그것은 이웃을 위해 희생과 헌신, 솔선수범해야 하는 삶이고 이는 분명 편안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값진 삶이고, 하느님을 닮아가는 것이며 그 끝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이 계심을 믿기에 우리는 그 길을 갑니다. 곧 새해입니다. 그러나 새해는 다만 시간이 지나 도래하는 1월 1일이 아닙니다. 바로 새로운 마음을 갖는 이 순간,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하기에 변화와 희생을 감내하는 그 순간이 새로운 날의 시작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진정한 힘이자, 하느님께서 주시는 신앙의 선물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복음 말씀을 들을 뿐만 아니라 이를 준수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개인의 참된 믿음을 보여 주는 일관된 행동은, 교회와 관련된 것이나 영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모든 삶의 경험과 책임과 관련된다.”(「간추린 사회교리」 70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