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1 교회 문화·출판 결산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12-22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김대건·최양업 신부 영성 기리는 다채로운 시도 돋보여

김대건·최양업 신부 조명하며
다양한 성미술로 특별전 열어
공연계도 적극 동참하며 호응
지자체도 성인 주제로 공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
복음 안에서 찾도록 이끌어
김대건·최양업 신부 바로 알고
묵상할 수 있는 책 줄지어 발간

‘영혼의 벗 김대건과 최양업을 만나다’ 기획전에 전시된 김형주의 ‘최양업 신부’.

‘영혼의 벗 김대건과 최양업을 만나다’ 기획전에 전시된 손예운의 ‘선교의 열사 최양업 신부님’.

[문화] 2021년 가톨릭 문화계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과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특히 김대건 신부가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에 선정되면서 종교를 초월해 이를 기념했다.

■ 김대건·최양업 신부 기리는 다양한 문화 활동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갤러리1898(관장 고승현 수녀)은 지난 9월 ‘만남’을 주제로 특별전을 열고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조명했다. 이 자리에선 100년 만에 처음 공개된 고(故) 장발(루도비코·1901~2001) 화백의 ‘김대건 신부’ 초상화를 비롯해 회화, 조각, 공예, 이콘,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성미술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공연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회장 최주봉)는 창작 뮤지컬 ‘우리 벗아’와 거리극 ‘마흔 번째 밤, 스물두 번째 편지’를 공연했고, 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소속 뮤지컬 극단 ‘앗숨도미네’(총감독 정애란, 영성지도 서용운 신부)는 문화 복음화에 봉사하기 위해 모인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창작 뮤지컬 ‘위주오만리’(爲主五萬里)를 무대에 올렸다.

종교 단체가 아닌 당진문화재단도 무용과 뮤지컬 요소를 접목한 ‘넌버벌(non-verbal) 댄스컬’이라는 장르에 성인의 일대기를 담은 ‘댄스컬 안드레아 김대건’을 선보였다.

앞서 당진시는 지난 5월 2021년을 ‘김대건의 해’로 선포하고 성인의 탄생일인 8월 21일을 전후해 각종 문화 예술 공연과 전시회 등을 열며 솔뫼성지를 국제적인 명소로 육성하는 데 적극 협조했다. 행사는 매일 저녁 연예인들과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 당진시립합창단 공연, 김대건 신부 뮤지컬 등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솔뫼성지 기억과 희망 성당에는 상설전시를 마련해 순례자와 행사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울러 지난 11월에는 박영희(소피아) 작곡가가 작곡한 최양업 신부를 기리는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에게 다가가 큰 호응을 얻었다.

최양업 신부를 기리는 창작 오페라 ‘길 위의 천국’ 포스터.

서울대교구와 서울가톨릭연극협회가 제작한 창작 뮤지컬 ‘우리 벗아’ 출연진들의 연습 장면.

■ 갤러리 개관부터 설립 50주년까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관장 원종현 신부)은 개관 2주년을 맞아 지난 4월 특별기획전 ‘空(Śūnyatā)’을 개최하며 다채로운 현대 불교미술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최근에는 15~19세기 제작된 러시아의 국보급 정교회 이콘들을 전시하며 종교간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김종영미술관도 고(故) 김종영(프란치스코·1915∼1982) 선생 특별전을 개최하는 등 기념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을 운영한 고(故) 이남규(루카·1931~1993) 화백의 명맥을 이어가는 루크글라스(원장 박정석)는 설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전시회를 개최했다.

지난 8월에는 서울가톨릭미술가회(회장 안병철)가 고(故) 장익 주교 선종 1주기 추모전시회를 개최하며 장 주교가 남긴 발자취를 되새겼다. 인천가톨릭미술가회(회장 이정순)도 창립 30주년을 맞아 10월에 기념전시회를 개최했다. 의정부가톨릭미술가회(회장 감성원)는 지난 8월 교구 전문 갤러리 ‘갤러리 평화’를 개관하고 11월에 제1회 정기전을 개최, 성미술 활성화에 신호탄이 됐다.

[출판]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세상 곳곳에서 벌어진 혼란을 묵묵히 견뎌낸 교회는 올해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찾는데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어려워진 이들을 기억했고, 이웃사랑 실천에 더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교회는 그렇게 어둠이 드리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2021년 가톨릭 출판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했다. 앞으로 해야 할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공유했다. 또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내며 김대건 신부의 생애와 신앙, 영성을 담은 책들이 줄지어 발간되는 한 해였다.

■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다

마산교구 이제민 신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를 통해 “교회의 역사 안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책에서 코로나19로 변화를 겪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볼 뿐 아니라 복음 안에서 그 대안들을 찾아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목자의 역할도 고찰했다. 이 신부는 “앞으로의 선교의 방식은 교회 밖의 가난한 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함께하는 일을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하 한문연)은 종교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담은 「서로와 모두를 위해」를 펴냈다. 책은 상실과 고통, 좌절로 점철된 병든 사회의 징후들을 진단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의 메시지에서 그 해답을 찾아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하느님과 다가올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기자 도메니코 아가소가 교황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담은 이 책은 하느님께 의지하며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를 기억하다

한국교회는 올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냈다. 이에 교회 안팎에서는 김대건 신부의 삶과 신앙을 담은 다양한 책들을 선보였다.

생활성서사는 김대건 신부를 바로 알고, 그의 삶과 신앙을 묵상할 수 있는 「성 김대건 바로 알기」와 「성 김대건 바로 살기」를 펴냈다. 솔뫼성지는 소설 「길 내는 목자 수선탁덕 성인 김대건」을 통해 김대건 신부 삶의 여정에 생생함을 불어넣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 개정판을 출간, 용감하게 신앙을 증거했던 김대건 신부의 면모를 독자들에게 전했다. 지난 11월,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 소장은 김대건 신부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김대건·최양업 신부 연구」를 발간, 희년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김대건 신부의 신심을 기억하고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두려움에 맞서 용기있게 전진한 김대건 신부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는 책들도 눈에 띄었다. 양자현(마리아)씨가 쓴 「짝궁둥이 삐리, 조선 최초의 신부를 만나다」, 최은순(아녜스)씨가 쓴 「소년 김대건」, 김영(요비타엘리사벳)씨가 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등 어린이 책들은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