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1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2-22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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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든 시기… 착한 사마리아인 정신은 더욱 빛났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어느 때보다 독자들의 나눔 커져
14명 이웃에게 7억여 원 전달

성금으로 치료 이어가며 희망 되찾아
후원자들의 관심과 정성에 감사 전해
투병 중인 이들도 새로운 희망 간직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는 가톨릭신문 독자들의 착한 사마리아인 정신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12월 5일까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5건. 현재 모금 진행 중인 최인범(바오로·12월 5일자)씨를 제외하고 14명에게 전달된 성금은 총 7억1122만6844원이다. 이는 1995년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를 시작한 이래, 한 해 동안 전달된 성금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독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눔으로써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보여줬다.

독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꺼져가는 불씨에 희망을 간직하게 된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현장을 들여다본다.

■ 새로운 삶과 희망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도 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성원을 보냈다. 독자들의 정성으로 많은 이웃들이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2월 7일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된 최순례(가타리나·63·안동교구 풍양농촌선교본당)씨는 “최근 집을 다시 지어 입주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남편 양씨도 화상 치료를 무사히 마쳐 지금은 조금씩 걷는 등 재활치료에 힘쓰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던 최씨는 병원에서 만난 한 자매가 세례를 받도록 이끌기도 했다.

최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자신도 성금을 보낼 뜻을 밝혔다.

10월 24일자에 선천적 질병과 장애로 온 가족이 고통받던 사연을 알려온 김하나(25·가명)씨 가정에도 희망이 찾아왔다. 김씨 가정은 독자들의 성금으로 자녀들을 치료하고 생계를 안정시키고 있다. 자녀들은 12월말부터 대학병원에 입원해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기로 했다. 김씨 가정이 다시 절망적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장세창 신부)도 곁에서 돕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1급 장애를 안고 태어나 힘겹게 투병 중인 진선우(다미안·10·수원교구 안성 던지실본당)군 사연은 11월 14일자에 소개됐다. 진군의 가정은 독자들의 성금으로 밀린 병원치료비를 모두 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희망을 꿈꾸게 됐다. 모친 이정미(39·예비신자)씨가 계속 곁에서 진군을 돌볼 수 있도록 본당 빈첸시오회(회장 유재필)도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 국경을 초월한 사랑

로마씨를 비롯한 이주민들의 사연도 많았다. 독자들은 국경을 넘은 변함없는 사랑을 이들에게 전했다.

만성 신장병 5기 투병 중인 사연이 2월 28일자에 소개된 필리핀 이주노동자 로마(Floro Nina Roma·42)씨는 본국으로 귀국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본국에서 동생의 신장을 이식 받을 계획이었지만, 검사 결과 이식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전달받은 성금 덕에 투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는 “상황은 매우 좋지 않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희망을 간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유학 중 직장암과 암 전이로 투병 중인 사연이 5월 16일자에 보도된 오랑마리에(37)씨는 독자들의 성금 덕에 항암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성금은 치료비로 모두 소진했지만 신자들의 도움으로 생활과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오랑마리에씨를 지원하는 김진영 수녀(성가 소비녀회)는 “코로나19로 이주민들이 더 살기 어려워졌고, 저희 힘만으로 도와주기에는 막막했다”며 “후원자들의 관심으로 저희와 이주민 모두 희망을 얻고 살아가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합병증 치료를 받고 있는 사연이 8월 15일자에 소개된 미숙아 쌍둥이 ‘바오유’와 ‘바오티’의 부모는 독자들의 성금으로 병원비와 양육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현재 쌍둥이는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퇴원해 건강을 많이 회복한 상태다. 10월 30일에는 대구대교구 경주 모화성당에서 이들을 위한 세례식도 열렸다. ‘바오유’와 ‘바오티’의 부모는 “독자들의 큰 도움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돌볼 수 있게 됐다”며 근황을 알렸다.

■ 여전히 어려운 이웃에게 기도를

새 삶을 찾은 이들이 있는 한편,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3월 28일자에 소개된 당뇨와 합병증으로 투병 중인 김민강(율리아·55·인천 서창2동본당)씨는 5월 31일 하느님 품에 안겼다. 독자들이 보내 준 성금을 전달받고 치료를 이어갔으나 합병증으로 인한 폐혈증으로 결국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유일한 유족인 두 딸은 코로나19로 장례미사도 봉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창2동본당 연령회 회원들과 김지훈 주임 신부 도움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육종암 4기 판정을 받은 사연이 소개된 박은경(세레나·고1)양은 매일 항암제를 복용하며 월 1회 통원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박양은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카락 절반이 하얗게 샜음에도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있다. 박양의 사연을 알렸던 도봉교육복지센터 곽은정(베로니카) 센터장은 “현상 유지를 하는 것도 기적”이라며 “은경양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과 기도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모야모야병으로 인한 전신 마비로 고통받고 있는 사연이 6월 27일자에 보도된 이승은(에스더·36·서울 노원본당)씨는 재활 치료에 여념이 없다. 워낙 장기 치료를 요하는 병이라 빠른 회복은 어려우나 꾸준한 재활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만, 이씨를 간병 중인 어머니 석민경(율리안나·63·서울 노원본당)씨가 위암 수술 후에도 간병을 도맡아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성금으로 당분간 경제적인 어려움을 던 것에 감사 인사를 해왔다.

어머니 석씨는 “아직 여러 어려움이 있고 딸의 증상도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쓰러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딸을 돌보고 있다”며 “얼굴도 모르는 저희를 위해 정성을 모아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