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21 세계교회 결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2-21 수정일 2021-12-21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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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경청의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생태 지키는 7년 여정도

코로나19 고통 겪는 인류 위해 전 세계에서 팬데믹 종식 기도
전 세계 종교 지도자 40명과 탄소중립 촉구 공동성명 서명 
모든 하느님 백성 목소리 듣고 교황청 쇄신과 개혁 이어가

코로나19 감염증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는 여전히 팬데믹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팬데믹의 체험은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잦아진 기후재난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긴박성을 드러냈다. 이에 세계 각국 교회는 생태적 회개를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본격 돌입했다.

그런 가운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구촌 곳곳을 순방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정의와 평화를 선포했다. 교회 내적으로는 세계주교시노드를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와 경청의 자리로 만들기 위한 3단계의 여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세상과 교회가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함께 노력했던 자취들을 돌아본다.

■ 코로나19 장기화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인류는 또 한 해 감염병 극복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교회는 안타까움 속에서 기도와 나눔, 자선으로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1일 제54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참된 평화는 돌봄의 문화로 가능함을 강조했다. 교황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인류는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형제애에 바탕을 둔 돌봄의 문화를 건설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5월 1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고리 묵주기도’를 시작하고 성모 마리아의 도움을 청했다. 이날 기도를 시작으로 5월 한 달간 전 세계 각국 교회를 돌아가며 코로나19 종식 기원 기도가 이어졌다.

팬데믹 상황을 극복할 유력한 방안은 백신이다. 교황은 백신마저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현실을 비판하고, 가난한 나라에 대한 백신 나눔을 촉구했다. 이에 주교회의 차원에서 백신 나눔 운동을 펼친 한국교회를 비롯해 각국 교회는 교황의 요청에 동참하고 있다.

교황이 10월 4일 교황청에서 열린 종교인 모임에서 조속한 탄소중립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기후위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준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의 온도가 1.5℃ 이상 증가하면 ‘공동의 집’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각국과 국제사회는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지낸 교회는 이후 7년간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기간으로 정해 집중적인 생태환경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범지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10월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됐다. 교황은 회의에 즈음해, 10월 29일 영국 BBC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메시지에서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두 가지 위기는 “우리 인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고 우리의 경제와 사회 제도에 대한 수많은 우려를 자아낸다”며 “기후위기와 공동의 집에 대한 전례없는 위협에 대해 공동의 노력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10월 4일에는 전 세계 종교 지도자 40명과 함께 교황청에서 탄소중립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12월 5일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캠프를 방문해 이주민과 난민들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 교황, 세 차례 해외 순방

교황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해외순방에 나섰다. 먼저 3월 5~8일 이라크 사목방문은 2019년 태국과 일본 방문 이후 15개월만의 해외순방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크고 작은 테러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교황은 나흘간의 이라크 사목방문을 통해 평화를 향한 노력을 촉구하고 박해 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위로했다.

9월에는 12~15일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방문했다. 결장협착증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교황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무사히 모든 일정을 소화함으로써 건강 문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12월 2~6일 교황은 올해 마지막 해외순방지인 사이프러스와 그리스를 방문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교황은 특히 지난 2016년 방문했던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캠프를 다시 찾아 깊은 연민과 연대의 의지를 표시하고 “무관심이 사람을 죽인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0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가 10월 1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개막미사를 통해 만 2년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원래 2022년 10월까지로 예정했던 세계주교시노드 기간을 2023년 10월로 1년 더 연장했다. 고위 성직자들의 본회의만으로 구성됐던 이전의 시노드 개최 방식과 달리, 지역교회 하느님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교구 단계, 대륙별 단계, 전 세계적 단계의 본회의의 세 단계로 진행한다.

이는 세계주교시노드가 고위 성직자들만의 닫힌 모임이 되지 않고 하느님 백성 전체, 지역교회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의견을 좀 더 풍요롭고 철저하게 경청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교회는 10월 17일 일제히 각 교구별로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각 본당과 교회 기관 단체, 수도회 등이 모두 참여하는 교구 단계 시노드를 거쳐 내년 8월까지 주교회의 차원의 의견서를 작성한다. 이후 대륙별 회의를 거쳐 2023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본회의에서 다룰 안건을 마련한다.

■ 교황청 쇄신과 변화의 조치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 이후 교회 쇄신의 의지를 표명해왔고 교황청 쇄신과 개혁을 위한 작업에 즉각 돌입했다. 아직 그 전모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교황의 교회 쇄신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진행 방식의 변화는 그 가장 큰 축이다.

교황청 인사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올해 발표된 교황청 각 부서의 인사를 보면, 교황청 조직 내 평신도와 여성 수도자의 역할에 큰 비중을 부여하고 있다. 교황은 2월 6일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장에 프랑스 출신 하비에르 선교 수녀회의 나탈리 베카르 수녀를 임명했다. 베카르 수녀는 세계주교시노드에서 투표권을 보유, 시노드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첫 여성이 됐다.

이어 8월 26일에는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차관에 이탈리아의 여성 수도자이자 경제학자인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를 임명했다. 또 11월 4일에는 교황청 행정원 사무총장에 프란치스코 성체회 소속 라파엘라 페트리니 수녀를 임명했다.

한편 교황은 1월 11일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을 통해서는 여성 신자들이 공식적으로 미사와 전례에서 독서직과 시종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법과 전례 규정을 수정했다. 5월 11일 자의교서 「유구한 직무」는 평신도 교리교사를 교회의 공식 직무로 인정했다. 교황은 또 7월 16일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을 발표해 사제들이 라틴어 미사 거행을 위해서는 주교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