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19)시기별로 도움이 되는 성경의 내용이 달라요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1-12-15 수정일 2021-12-15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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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시기별 이해도가 다름을 감안해
성경을 친숙하게 느끼고 즐겨 읽도록
성경 내용과 접하는 방식 다르게 해야


청소년기에는 삶과 말씀을 연결지어
예수님 시선에서 길 찾도록 도와줘야

“저는 중학생 딸을 둔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가 어릴 때 전래 동화를 읽어줘도 호랑이나 괴물 같은 대상이 나오면 무서워했는데, 어린이 성경을 읽어 줄 때도 무섭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잘 안 읽어줘서 그런지 요즘에는 제가 성경을 읽고 있으면 ‘엄마는 그 재미없는 걸 어떻게 읽어?’라며 미간부터 찌푸려요. 제가 말씀 안에서 받았던 위로와 은총을 아이도 느낄 수 있게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거대한 보화이자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거대한 사랑의 역사가 담긴 거룩한 책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사랑의 역사를 통해 우리 각자에게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내가 이 땅에 왜 태어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이끌어주십니다. (「YOUCAT 성경」 참조)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억지로 권하면 그 참맛을 알기 어렵듯, 자녀에게 무작정 성경 읽기를 강요하거나 구절의 의미를 소화하도록 돕기 위해 이지적으로 접근하면 성경 말씀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은 느끼지 못하고 금세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가 성경을 친숙하게 느끼고 즐겨 읽도록 돕기 위해서는 발달 시기별로 도움이 되는 성경의 내용과 성경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영유아기(~6세)에는 엄마, 아빠가 직접 성경을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성경 본문 그대로 읽는 것보다 어린이 성경을 읽어주거나, 부모 자신의 말로 성경의 단어에 충실하게 풀어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을 때 끼어들거나 딴짓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집중시키기 위해 주의를 주면 성경 읽기의 즐거움이 깨어집니다. 그럴 땐 이야기를 잠깐 멈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주었다가 다시 이어가거나, 그냥 잠시 이야기를 멈추십시오. 그러면 아이들은 왜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는지 곧 궁금해할 것입니다. 그럴 때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하고 말해주면 됩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적합합니다. 특별히 4살에서 7살 아이들에게는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아들 이사악을 바치는 이야기처럼 아이들의 수준에서는 상황적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고 두려움을 남기는 내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구약의 첫 부분인 창조 이야기, 요셉의 이야기, 다윗의 이야기,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사랑으로 만나시고, 고쳐주시고, 죄를 용서하고 변호하는 사람으로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아동기(약 6~11세)에 들어서면 직접 성경의 말씀을 읽도록 초대하고, 성경을 읽는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경을 직접 읽고 쓰게도 하고, 성경의 장면을 직접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나 성경을 읽고 난 느낌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동기에 이르면 영유아기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던 내용도 충분한 설명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를 제대로 해주어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생애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가 마침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모든 과정을 가급적이면 중간에 멈추지 말고 쭉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년기(약 12~19세)에 들어서면 성경 말씀을 삶과 연결지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항상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상상적 청중’이라는 심리적 특성을 가집니다. 이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며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What would Jesus do?)를 묵상하도록 이끌어주면 그들 스스로 자비하신 예수님을 상상적 청중으로 두고, 그분의 시선 안에서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 성경을 자주 접했던 아이라면 주일 복음을 읽고 예수님의 마음, 그분과 만나고 있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을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그리고 성경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갈등, 어려움, 가치 식별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함께 묵상하면 좋을 말씀을 시기적절하게 건네주고,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지 식별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전하는 좋은 이야기들은 자녀의 내면에 식별의 기준으로 차곡차곡 쌓여, 훗날 올바른 식별을 하도록 이끌어줄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스토리텔러(story teller), 이야기꾼이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부모들이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도록 초대하시고 성경이라는 사랑의 이야기를 쥐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성경 속 이야기를 전하는 부모의 목소리와 숨결 속에서 함께 일하십니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자녀들에게 사랑의 이야기를 속삭여주십시오. 아이들은 그 시간 안에서 성경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과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조재연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