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캐럴 활성화 캠페인’ 아시나요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12-08 수정일 2021-12-08 발행일 2021-12-12 제 3273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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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수고한 올 한해… 캐럴로 위로 받길 바라요

‘캐럴’ 어원은 모두 춤과 연관
성탄 찬양하며 경쾌한 선율로 진행
축제 분위기 더하며 전 세계 사랑 받아

염수정 추기경이 제안한 캐럴 캠페인
문체부·종교계·방송사까지 힘 모아
25일까지 캐럴 22곡 음원 무료로 배포

약방에 감초가 빠질 수 없다면, 성탄 축하 분위기에는 캐럴이 빠질 수 없지 않을까. 캐럴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들썩이는 설렘을 준다. 코로나19로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내는 우울함을 캐럴로 날려버리면 어떨까. 주님 성탄 대축일의 기쁨을 음악으로 전하는 캐럴 이야기를 소개한다.

성탄의 기쁨 전하는 캐럴

주님 성탄 대축일은 그리스도인에게도 기쁜 날이지만, 비단 신자가 아니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성탄 전야에 선물을 들고 찾아올 ‘산타’를 기다리고, 가족이나 연인들은 연말에 있는 휴일을 즐길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이 기쁜 분위기를 더해주는 것이 캐럴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캐럴에 맞춰 율동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성탄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물씬 느낄 수 있다. 단조롭고 경쾌한 선율의 캐럴은 율동에 잘 어울린다. 캐럴의 유래를 생각하면 고개가 더욱 끄덕여진다.

영어 캐럴(Carol)은 옛 프랑스어 카롤르(carole)나 고대 그리스어 코라울리엔(Choraulien)에서 왔다고 한다. 카롤르는 원 모양을 그리며 추던 춤의 일종이었고, 코라울리엔 역시 피리 연주에 맞춰 추는 춤을 일컫는 말이었다. 캐럴은 원래 춤과 깊은 연관이 있는 노래였던 것이다.

춤추는 캐럴이라고 하면 프란치스코 성인도 떠올릴 수 있다. 성인은 1223년 이탈리아 그레치오성당에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첫 구유를 만들고 춤과 노래로 주님 탄생, 바로 성탄을 찬양했다고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춤과 노래를 오늘날 캐럴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성탄을 축하하는 노래인 캐럴이 교회 안에서 불리기 시작한 것은 5세기경으로 추정된다. 당시 캐럴은 마리아, 아기 예수 등 성탄을 주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주님 부활이나 교회력에 따르는 다양한 캐럴도 있었다고 한다. 캐럴은 주로 구전으로 전해졌는데, 14세기 무렵부터 악보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영국을 중심으로 종교가곡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경쾌한 캐럴은 성탄을 맞아 축제를 여는 이들에게 빠질 수 없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16세기 청교도가 크게 확산되면서 캐럴은 쇠퇴하게 됐다. 청빈과 엄숙을 강조했던 청교도인은 성탄시기에 축제를 열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캐럴이 번성했던 영국에서도 사실상 성탄 축제가 금지됐고, 공공연하게 부르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성탄 축제가 되살아나자 성탄을 더욱 기쁘게 하는 캐럴이 다시 불리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노래가 됐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우울했던 지난해에는 캐럴이 더욱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 빌보드 차트 50위 안에 캐럴 20여 곡이 들기도 했고,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도 유명 가수들이 부른 캐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워지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이용해 캐럴을 들으며 위로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성탄은 캐럴을 마음껏

캐럴로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은 늘었지만 정작 최근 몇 년 동안은 거리나 상업 매장에서 캐럴을 듣기 어려웠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점도 영향이 컸다. 특히 저작권료 등을 이유로 매장에서 캐럴을 틀지 않은 영향도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종교계(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지상파 라디오방송사(KBS, MBC, SBS), 음악서비스 사업자(멜론, 바이브, 벅스뮤직, 지니뮤직, 플로)와 함께 12월 25일까지 캐럴 활성화 캠페인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를 추진하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저작권 걱정 없이 캐럴을 들으며 위로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캠페인은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캐럴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연말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 캠페인에 따라 저작권위원회는 누리집(공유마당)을 통해 캐럴 음원 22곡을 무료로 배포한다. 22곡에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저 들 밖에’, ‘징글벨’ 등 대중적인 캐럴뿐 아니라 「가톨릭성가」에도 담긴 ‘고요한 밤’(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오 거룩한 밤’(110번 경사롭다), ‘오 베들레헴 작은 마을’(108번 오 작은 고을 베들레헴), ‘천사들의 노래가’(101번 글로리아 높으신 이의 탄생) 등의 성가도 포함돼 있다.

캠페인 참여 기관들은 국민들이 찾는 주요 시설과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캐럴을 많이 재생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50㎡(약 15평) 미만 매장, 그리고 그보다 넓은 매장이라도 일반음식점, 화장품매장, 의류판매장, 전통시장 등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에 열거되지 않은 업종의 매장에서는 저작권료 납부 없이 캐럴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캠페인 기간 중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KBS, MBC, SBS)는 주요 프로그램에 캐럴 기획코너를 새롭게 만들고, 보이는 라디오 자막 등을 통해 캠페인 광고를 송출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