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전교구 서산석림동본당, 어르신 신앙 회고록 봉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1-24 수정일 2021-11-24 발행일 2021-11-28 제 327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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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같은 신앙… 발자취마다 가득한 은총
추수감사미사에 봉헌

서산석림동본당은 11월 21일 추수감사미사에서 한해의 수확과 함께 어르신 신자들의 회고록을 담은 문집을 함께 봉헌했다. 서산석림동본당 제공

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인 11월 21일, 대전교구 서산석림동본당(주임 윤병권 신부)은 한 해의 수확을 제대 앞에 봉헌하고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했다. 매년 거행되는 감사의 자리지만 올해는 유난히 뜻깊은 자리였다. 어르신 신자들의 글들을 모아 회고록 「발자국마다 은총이」를 함께 봉헌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남의 일로 여겼던 어르신 신자들은 직접 쓴 글에 사진까지 담아 펴낸 책을 한 권씩 받아들고 해맑은 웃음으로 행복을 나눴다. 신앙 회고록 출간은 주임 윤병권 신부의 아이디어였다. “올해 서품 30주년이라서 뜻깊은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지요. 사제 생활의 절정은 교우들이라는 생각에 어르신들의 글을 모아 추수감사미사에 맞춰 발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던 신자들이었지만, 지난 한평생을 돌아보고 38편의 글을 내놓았다. 윤 신부는 “비싼 꽃은 사람이 가꾸고 들꽃은 하느님께서 가꾼다”며 “들꽃 같은 글들을 모아 보니 향기로운 꽃다발이 됐다”고 기뻐했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글들은 감사로 가득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 겪어야 했던 고통들, 그 끝에서 발견한 주님께 대한 감사가 구석구석 담겨 있었다.

김선배(필립보)씨는 방탕한 세월 끝 아버님의 임종 전 20일간의 간병을 돌아보고 그 역시 주님의 은총이었다고 적었다. 부인 조정순(마틸다)씨는 조카들까지 5명을 키워내야 했던 힘든 시절, 자신을 성당으로 이끌었던 시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

하느님의 존재를 머리로 알려 했던 김용환(가롤로)씨, 남편 손 한번 못 잡아본 5년의 결혼 생활 후 성모님께 의지해 평생을 살았던 김정례(클라라)씨, 미신을 신봉한 집으로 시집을 가 맘고생을 했던 문숙자(아퀼라)씨의 사연도 절절했다.

윤 신부는 “지방의 본당들이 대개 그러하지만 우리 본당도 어르신들이 절대 다수”라며 “희망과 감동, 감사로 가득한 글들을 읽으며 가슴이 따뜻해졌고, 문집을 만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산석림동본당은 11월 21일 추수감사미사에서 한해의 수확과 함께 어르신 신자들의 회고록을 담은 문집을 함께 봉헌했다. 서산석림동본당 제공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