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산업재해 트라우마’에 교회 관심 가져야

입력일 2021-11-16 수정일 2021-11-16 발행일 2021-11-21 제 3270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부산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추락사한 정순규씨. 평택항 컨테이너 구조물에 깔려 숨진 이선호군….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2026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6명꼴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산업재해 발생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외상 치료후에도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가 지속되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가 주최한 11월 9일 토론회에서도 트라우마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어 있고, 내년 1월에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도 있지만, ‘트라우마’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노동자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는 한 이러한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산업현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사회무관심과 거대 자본의 위협에 노동자들이 맞서기가 쉽지 않다. 교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사업주나 사용자 위주의 안전보건 대책을 개선하고, 안전과 수익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교회가 나서야 한다.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산업현장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분명 교회 역할이 있을 것이다. ‘고통받고 있는 이웃과의 연대’는 그리스도인의 기본 사명이다. “교회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줘야 할 ‘예수님의 손’”이라고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