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산책 / 강버들 신부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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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우리는 편안한 마음과 즐거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따로 시간을 내어 여유롭게 친구들이나 동반자나 반려견을 데리고 걸음을 걷습니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도 한 잔 들고 걸을 때,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좋습니다.

신학교 시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좋은 날씨에 동기들과 신학교 교정을 걸으며 산책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무엇이 재미있는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었던 그 시간들은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얻게 되는 여러 효과들이 있습니다. 동반자와 함께 마음 편하게 얘기하면서 동반자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입니다.

같이 걷는다는 것,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일정한 환경을 몸으로 느낍니다. 천천히 너무 빠르지 않게 걸으면서 대화와 함께 산책하며 지나치는 사람들, 자연, 건물, 길 등을 자연스럽게 느낍니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서 천천히 주변을 보고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반면 한 번 걸었던 길은 기억에 남습니다.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을 더 잘 알게 됩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신앙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묵상기도입니다. 성경을 읽고 읽은 부분에 대하여 묵상하는 기도인데, 저는 이 묵상이 산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묵상을 하려면 시간을 따로 내어 마련해야 합니다. 산책도 따로 시간을 냅니다. 동반자가 필요할 때 하느님이 동반자가 되어 주십니다. 산책을 누구와 가는지도 하나의 즐거움인데 그 동반자가 하느님이십니다.

묵상할 성경 속을 하느님과 함께 빠르지 않게 천천히 거닐며 마음과 시선을 끄는 곳에서는 잠시 머물러 있기도 합니다. 일정한 범위의 성경의 내용들을 가지고 하느님과 대화합니다. 성경의 정보들이 천천히 파악되면서 그 과정을 하느님과 함께 합니다. 그리하여 즐겁게, 재미있게 성경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걸으며 그 시간을 하느님과 함께 합니다.

이렇게 묵상기도는 산책과 닮았습니다. 일상의 산책을 통해 기분전환은 물론 즐거운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과 육신의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제 영적인 산책인 묵상기도도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묵상기도엔 하느님도 계시고 아름답고 멋진 머물 곳도 있고, 성경 내용에 대한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하느님을 더 알게 되고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현재 서 있는 곳의 위치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고 산책을 하는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