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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 세 번째 퍼즐 / 정원준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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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평신도 선교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행복하게 하느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초석은 주일학교 5학년과 6학년 때의 두 가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세례성사 후 미사 전례 때 신부님을 도와서 복사 임무를 수행하며 처음으로 가졌던, 사제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다. 두 번째는 주일학교 6학년 때 이집트에서 약속한 땅으로 나아가는 모세의 삶과 기적을 주제로 한 연극에서 모세 역할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나의 마음속에서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즉, 모세의 삶 안에서 펼쳐지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이 아주 오랫동안, 40년이라는 긴 시간 광야에서 헤매던 히브리인들에게 보여주시는 은총 가득한 선물이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체험은 지금의 내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출발이었다고 본다. 그 후 나도 오랜 시간을 광야에서 헤매듯 앞을 알 수 없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서 왔다.

때로는 어둡고, 차가운 시간도 있었다. 그때는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다는 생각도 하며 고독한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쳤다.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을 알고 계셨던 하느님은 절대로 가만히 계시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에게 당신의 손길을 보내주셨다.

때론 나는 그 손길을 외면하기도 했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 손길이 주님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러 번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어떤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손길의 끝이라도 스치기만을 간절히 바라기도 하였다. 이렇게 나 또한 오랜 시간을 잘 깨닫지는 못했지만, 광야의 히브리인들이 받았던 그 은총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지난 2015년에 온전히 느끼게 되었다.

2015년은 그동안 살아왔던 삶 속에서 가장 나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는 해였지만, 동시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낸 해이기도 하다. 20대에서 30대 사이에 읽었던, 헨리 뉴엔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가 내가 느꼈던 마음을 잘 공감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내용 중 다음과 같은 말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있다. ‘하느님은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기에 나도 알지 못하게 누군가, 즉 수호천사를 내가 필요한 그때마다 보내주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호천사는 나에게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손길이었다.

나는 대부분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을 시간이 오래 지나서 깨닫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바로 2015년이라는 해였다. 그리고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은 2015년 3월 18일에 서서히 펼쳐졌다. 그해 12월 크리스마스 시기에 하늘의 비추는 별처럼 아주 아름답게 조금씩 빛나고 있었다.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