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발견한 안양대 곽문석 교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5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글로 라틴어 원문 번역한 최초의 문헌”
비오 9세 교황이 선포한 칙서 자국어로 옮겨 교황청에 보낸 것
19세기 한글 연구에도 도움

“이 문헌을 발견하고 교회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천주교회 기관과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비오 9세 교황이 1854년에 선포한 칙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Ineffabilis Deus) 한글 번역본을 최초로 발견한 안양대학교 HK+사업단 곽문석 교수는 “평소 동서교류문화 연구를 하면서 교황청 도서관 디지털 문서고를 검색하다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분류번호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Sire.L.13)을 찾게 됐고 초기 연구를 거치고 나서 교회사적으로 의미가 큰 문헌임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곽 교수가 “18~19세기 한글 언해본 전통에 영향을 받은 번역본”이라고 표현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은 조선대목구 제4대 교구장 성 베르뇌 주교(1814~1866) 서한에는 조선에서 국경 너머로 보낸 것으로 언급돼 있지만 그동안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곽 교수가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소재를 발견함으로써 조선교회에서 번역된 후 국경을 넘어 교황청까지 전달된 사실이 증명됐다.

곽 교수는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의 가치에 대해 “라틴어 칙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세계 각국에서 자국 언어로 번역해 교황청으로 보냈고, 조선에서도 교황청에 한글 번역본을 보냈기 때문에 세계사적 기록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관점에서 “한글로 쓰인 가장 이른 시점의 종교적 외교문서로도 볼 수 있고 라틴어 원문을 한글로, 문자적으로 번역한 최초의 문헌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에서 발견된 한글 언해본 가운데 가장 예술적으로 제본된 책으로서 예술사적으로도 가치가 높고, 성 베르뇌 주교가 번역본을 인준한 일시(1863년 11월 25일)가 명시돼 번역 연대를 알 수 있는 희귀 문헌”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 한글 번역본 연구에 천주교 기관과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한국교회사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한글 번역본을 현대어로 옮기는 작업을 마무리한 단계로, 교황청 지시에 의해 라틴어를 한글로 옮긴 거의 유일한 문헌인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은 19세기 한글 연구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