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령 선교 수녀회(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28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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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한국 진출… 현재는 관구로 승격

한국 공동체 초창기 회원들의 모습. 성령 선교 수녀회 제공

성령 선교 수녀회는 1889년 12월 8일, 성 아놀드 얀센이 네덜란드 슈타일에서 복녀 마리아 헬레나 스톨렌베르크와 복녀 요세파 헨드리나 스테만스의 협력으로 창립했다. 이에 앞서 창립자 얀센 신부는 남자 수도회인 말씀의 선교 수도회(SVD, 신언회)를 1875년 창립했고, 기도로써 선교를 뒷받침하는 관상 봉쇄 수녀회인 성체조배의 성령 선교 수녀회를 1896년 창립했다. 이들 세 수도회의 1만여 명 회원들은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복음의 씨앗이 전해지지 않은 전 세계 모든 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령 선교 수녀회는 현재 전 세계 49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원 수는 3500여 명으로, 38개 나라의 회원들이 국제 수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회원들은 교육, 의료, 사회 복지, 정의 평화, 다문화와 이주 사목, 노동 사목과 여성 사목 등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통해 지역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한국 관구의 시작은 198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중반 아시아 선교를 고민하던 성령 선교 수녀회는 1985년 제2차 아시아 대회에서 아시아 선교 확장을 위해 한국 공동체 설립을 제안했고, 이를 일본 관구에서 관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86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이듬해인 1987년 3월 9일 일본인 수녀 1명이 파견됐고, 얼마 뒤인 5월 7일 2명의 수녀가 추가로 파견되면서 한국 공동체를 형성해 한국 진출이 이뤄졌다.

서울 성북동과 명륜동에 수녀원을 마련한 수녀회는 1992년 한국인 첫 서원자를 배출하는 등 양성에 주력했지만, 본격적인 외부 사도직 활동은 하지 않았다. 일본 관구 분원에 속했던 한국 공동체는 일본 관구의 지원 속에서 초기 양성과 서원자들의 양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녀회는 정기적인 기도 모임을 통해 일반인들과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그들의 영적 활동을 지원했고, 한국인 초기 양성자와 회원들은 성가정 입양원, 요셉의원, 무료급식소 등에서 정기적으로 무료 봉사 활동에도 나섰다. 또한 선교 본당을 통한 공장 취업 등 빈민 사목 체험, 해외 선교 체험과 수련 등의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2000년 4월 한국 공동체는 지구로 승격돼 더 이상 일본 관구에 속하지 않고 로마의 수도회 총 집행부 소속이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 공동체 시작을 위해 파견됐던 일본 회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집행부가 설립되는 동시에 본격적인 외부 사도직 활동이 시작됐다.

2012년 한국 관구가 설립됐으며, 2021년 9월 현재 한국 관구에는 한국인 15명, 외국인 9명 등 총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5명의 한국인 수녀가 해외 선교에 투신하고 있다.

한국 관구 회원들은 수도회의 카리스마와 선교 목적에 따라 국내 및 해외 선교에 힘쓰는 한편, 초창기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과 에이즈 환자와 감염인 쉼터 사목을 거쳐, 부랑 여성 쉼터, 결혼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를 위한 다문화 센터, 농촌 사목 등을 전개했다. 나아가 사회 정의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미래 사도직에 대한 끊임없는 식별을 해오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