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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공공재입니다] (8)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
입력일 2021-06-01 수정일 2021-06-01 발행일 2021-06-06 제 324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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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은 삶이 바뀌는 혁명, 혼란 줄이려면 지금 준비해야
국제사회, 앞으로 30년 내로 모든 화석연료 사용 멈추고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선언
자동차, 화력발전, 도시가스 등 기존 산업 노동수요 급감 예상
국가적인 정책 대안 모색 절실

코소보의 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은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멈춰야 이룰 수 있다. CNS 자료사진

■ 기후 악당 국가,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는 중국이 부동의 1위이지만,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환산하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많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것은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 비중이 높고, 전력 중 석탄 화력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70여 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25톤 트럭 9000대 분량 이상의 석탄을 매일 소비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을 20여 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재 OECD 국가의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31.6%에 달하고 OECD 유럽 국가들은 전력 생산의 44.3%가 재생에너지이지만, 우리나라는 7.2%에 불과하다. 그나마 몇 년 전까지 3~4% 정도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올라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외 시민사회단체는 대한민국을 ‘기후 악당’ 국가로 선정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이를 감축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 탄소중립, 고통스럽지만 가야 할 길

탄소중립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피치 못할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산림 흡수원 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상태를 뜻한다. 퇴비 등이 썩으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아직 대체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있어서 이들에 대한 흡수원을 고려하지만,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지 않고 탄소중립은 이뤄질 수 없다. 즉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대부분 선언했고, 노르웨이나 핀란드 등은 법률로 각각 2030년과 2035년을 탄소중립 시점으로 설정했다. 독일은 최근 2050년 탄소중립 시점을 2045년으로 앞당기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밝혔다. 30년 안에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며, 내연기관 자동차 역시 모두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꿔야 한다.

얼마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화석연료 공급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2025년부터 신규 화석연료 보일러 판매 금지, 선진국들의 경우 2035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석탄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진 천연가스 역시 퇴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 정의로운 전환과 시민의 과제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 만에 이런 일을 진행하려면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70여 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멈추고, 모든 주유소가 사라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폐쇄되는 발전소를 정부가 지원해야 할까?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면 자동차 제조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숫자가 1/3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부품 수가 많은 엔진이 필요 없고, 변속기나 동력전달장치가 없어진다. 엔진오일과 벨트 교환이 필요 없다 보니 동네 카센터도 일거리가 줄어들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농업용 면세유를 이용한 난방이 어려워질 것이고, 도시가스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충분한 준비와 대비가 없다면 “북극곰보다 우리가 먼저 죽겠다”라는 말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기후위기 대안을 고민할 때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연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활동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를 당할 이들을 고려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과 반발만 커질 뿐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과 손을 잡고 함께 탄소중립을 만들기 위한 길에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노동자, 농민, 중소 상공인, 지역 주민들과 기후위기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은 달성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상 기온과 장마, 폭염 등을 겪으면서 기후위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국민의 인식은 이미 높아졌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누군가가 대신 마련해 줄 수는 없다. 선거 때마다 대규모 토건공사에 환호하고 에너지 다소비에 익숙한 우리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후 악당’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후위기 극복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비용을 부담하고 국가의 정책을 바꾸기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탄소중립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극복에는 왕도가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와 미래 세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