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임총장 우동기(파스칼)

정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21-01-12 수정일 2021-01-12 발행일 2021-01-17 제 322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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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으로 그리스도 가르침 구현”
대학교육, 중등교육 연장선에 있지만밀착지도 받던 학생도 방치되는 현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 목표로 양극단 소수 그룹 위한 시스템 마련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가능연령 짧아 젊을 때 일할 수 있는 시간 늘려줘야
3년 만에 졸업하는 학제 개편 추진
공감능력 갖춘 교수진과 더불어 상담 기능 확대해 인성교육에 매진
신앙에 바탕을 둔 교육 역량 강화로 미래사회 적합한 인재 양성 힘쓸 것

우동기 총장은 “인간다운 인간, 참 인재를 양성하는데 신앙이 꼭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제27대 우동기(파스칼·68) 총장이 1월 6일 취임했다. 이미 영남대학교 총장과 대구광역시 교육감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는 우 총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오늘날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시대적 도전을 마주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대학 경영 리더로서 우동기 신임 총장의 계획을 들어봤다.

◈ 우동기 총장은…

1979년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일본 쓰쿠바대 사회공학연구과에서 학술박사, 2008년 미국 볼주립대에서 인문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에는 대구가톨릭대에서 신학석사를 받았고 올해 1월 5일까지 박사과정인 문화영성학과에 재학했다.

1990년부터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로 교육자의 길을 시작했다. 2005~2009년 12대 영남대 총장, 2010~2018년 제8·9대 대구광역시 교육감을 역임했다. 2019년 2월부터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 취임 전까지는 제12대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을 맡았다.

◆대담: 장병일 편집국장

◆일시: 2021년 1월 8일

◆장소: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제27대 총장에 선임되심을 축하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가톨릭신문 독자들을 위해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직무를 맡게 되신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동기 총장(이하 우 총장): 처음 제안받고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창학이념을 받들어 총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겠나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주신 소명이니까 어떻게라도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이제는 소명이면서도 정말 은총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제 아내가 졸업한 대학이고, 어린 시절 제게 많은 영향을 끼치신 제 고모와 고모부께서 몸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또 영남대 총장을 마친 뒤 이곳 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요. 현재는 박사학위 과정 중입니다. 이렇게 제 인생에 많은 공통분모가 있는 곳에서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을 주님의 은총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장 국장: 말씀하신 대로 1999년에 세례받으신 후, 2012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으셨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십니다. 2014년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은퇴 후 꿈은 교리교사”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신앙에 대한 자세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총장님 삶 가운데 신앙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 총장: 신앙은 저를 지켜주는 제 삶의 큰 힘입니다. 또 정신력이고요. 저도 어려운 고비 때마다 주님 은총 속에 잘 극복한 것 같습니다.

세례를 받기 전부터도 저는 일찍부터 천주교 문화에 익숙했습니다. 고모와 고모부께서 신앙인이시다 보니 어릴 때 옆에서 조과(아침기도), 만과(저녁기도)를 함께 바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도 아이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갖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성당에 잘 다니면서 아내도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교리반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교수로 일하면서 교리반 출석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1999년 삼수 끝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교리교사의 꿈도 그때 시작됐습니다. 가르치는 것이 주님께서 주신 저의 탈렌트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 이것이 내가 은퇴 후 할 일이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신학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게 된 것도 교리교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교리교육 교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박사과정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장 국장: 추진력이 대단하십니다. 총장님의 추진력은 대구시 교육감을 역임하시면서도 보여주셨죠. 초대 민선 교육감으로서 다양한 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하셨습니다. 특히 저는 ‘행복교육’과 ‘인성교육’에 힘쓰셨던 부분들이 참 인상 깊습니다. 8년의 재임 기간을 돌아볼 때 스스로 가장 잘 됐다고 생각되는 점은 무엇인지요? 혹시 그 가운데 대학교육에서 도입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우 총장: 여러 가지 사업들이 있었습니다만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을 꼽고 싶습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교육 제도와 학교 시스템 안에서 대체로 잘 성장합니다. 그러나 양극단에 소수 그룹이 있습니다. 한쪽에는 보편적인 교육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죠. 다른 한쪽에는 더욱 밀착형, 맞춤형의 촘촘한 교육이 맞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양쪽 모두의 교육을 대안교육이라고 합니다. 이 두 그룹 모두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놓았습니다.

대학교육은 유·초·중등교육의 연계선 상에 놓여있는 것이지, 독립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유·초·중등교육의 연계선 상에서 대학교육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특히 요즘은 특수교육 대상자들이 늘어납니다. 이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밀착지도를 받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밀착지도가 사라집니다. 대학은 학생 각 개인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무슨 장애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상담 기능도 대학은 약합니다. 하루하루 선생님들의 밀착지도를 받던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는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새 학기가 되면 학부모님께 편지를 보내려 합니다. 진솔하게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학생의 장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교육이 이뤄진다고, 대학이 알아야 할 자녀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달라는 뜻을 밝히려 합니다. 물론 법적 고지의 의무는 없습니다만, 그 학생들이 교육에서 배제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고민은 대한민국 대학교가 다 같이 짊어져야 할 고민입니다.

저는 ‘잘 가르치는 대학’, ‘학생의 취업과 장래가 보장되는 대학’, ‘입학 때보다 졸업 때 더욱 성공하는 참 인재를 기르는 대학’이라는 3단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구현하는 대학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게 최선을 다해서 인간으로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 아니겠습니까.

-장 국장: 총장님께서도 언급하셨지만,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충원 심화와 4차 산업혁명 등 여,러 가지 힘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파생되는 문제들도 심각하죠.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떤 견해가 있는지요.

▲우 총장: 장기적으로 대학이 직면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우리 대학의 오늘을 채우고, ‘미래 100년 새로운 창학’의 초석을 다지는 데 혼신을 다 바치겠습니다.

거시적 측면에서 대학교육은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 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환경적 요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들은 크게 본다면 국가의 운명입니다. 저출산 문제 때문에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생산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고령화 때문에 복지부담이 늘어나지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인구도 적은데 근로에 투입되는 노동생산성을 가진 노동가능연령이 가장 짧은 나라입니다. 그러면 노동가능연령을 길게 해줘야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젊을 때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줘야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 저는 대학을 3년 만에 졸업하는 학제 개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1년 2학기제를 3학기제로 하면 3년 만에 졸업이 가능합니다. 방학기간을 줄이고요. 정부 도움 없이 대학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교육적으로 쉽지 않은 학과는 제외하고요. 만약 졸업 후 추가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생이 있으면 다시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생애교육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출산과 고령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문제에 어느 정도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제가 장기적으로 새로운 창학을 부르짖는 배경입니다. 아직은 구상단계입니다. 대학구성원의 지혜를 더 보태려 합니다. 앞으로 ‘미래 100년 새로운 창학 기획단’(가칭)을 만들어서 1학기 중 발표하려고 합니다.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이 1월 8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실에서 우동기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임총장을 만나 대담하고 있다.

-장 국장: 인성교육에 대한 포부도 언급해주셨는데요. 마침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지난해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총장님께서도 교육감 시절 ‘인성교육’에 힘을 쏟으셨습니다. 인성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우 총장: 앞으로 학생들을 위한 상담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학생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교수님들도 갖춰야 합니다. 전공지식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하려면 교수님들의 공감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 세대 학생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지역 교육기관 중 심리학과 상담 등 인성교육에 유리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장 국장: 계획하시는 일들이 잘 이뤄지면 앞으로 학생들 모집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실질적으로 발전의 기초가 되는 요소는 학생 아니겠습니까. 학생 유치가 정말 중요한 소임인 것 같습니다.

▲우 총장: 우리 대학이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졸업 후 더 나은 인재로 양성해주는 대학’으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겠지요. 저는 취임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대학의 모든 교직원, 캠퍼스, 행정조직 등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고요.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는 인재로 키우는 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총장부터 학생들의 응원군이 돼 주겠습니다.

-장 국장: 뜻하시는 모든 계획이 결국에는 창학 이념에 부합하는 대학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이 부분도 조금 더 말씀해주십시오.

▲우 총장: 취임과 동시에 저는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학교 발전을 위한 기도’를 드리자고 하였습니다. 교육으로서 인간다운 인간, 참 인재를 양성하는데 신앙도 꼭 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부분을 앞으로 더 강화하려 합니다.

취임사를 적으면서도 ‘가톨릭 공동체’라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복음화의 정신으로 운영되는 대구가톨릭대학교를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우리 대학’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데요. 대구대교구의 형제자매님들, 또 사제와 수도자들도 우리 대학이라고 기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장 국장: 긴 시간,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가톨릭 정신에 따라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힘써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리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