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현장에서] ‘나 몰라라’는 이제 그만 / 이소영 기자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9-10-15 수정일 2019-10-15 발행일 2019-10-20 제 3166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정말 힘들게 봉사하거든요.” 9월 28일 강원도 춘천 스무숲성당에서 열린 ‘3040세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한 신자는 토로했다. 본당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지만, 공동체에서 이를 알아주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긴다는 의미였다. 그는 “오죽하면 회장을 했던 분은 임기 끝나자마자 성당에 안 나온다”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10월 3일 강원도 춘천 가톨릭회관에서 진행된 ‘만남의 날’ 행사에서도 한 신자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녀는 본당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데, “다들 공동체를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녀는 봉사자들에게 맡겨둔 채 ‘나 몰라라’ 하는 모습들에 “서운하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봉사자들이 교회 공동체 활동에 지쳐 흥미를 잃는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수원교구 「쉬는 교우대상 설문분석 결과보고서」(2007)에 따르면 ‘본당에서 활동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가 냉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청주교구 「쉬는 교우 설문조사 결과보고서」(2007)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15%가 신앙생활 재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아직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지목했다. 한때 열정적이었던 봉사자들도 상처나 실망에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만남의 날 행사에서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교회는 결국 사랑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교회를 수식하는 여러 표현이 있지만, 서로 사랑할 때 공동체는 기쁨과 평화로 충만해진다는 뜻이다. 봉사자들이 더는 공동체를 떠나거나 봉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다 같이 사랑을 실천하자. 십시일반이라는 말처럼 봉사도 함께하면 쉽다. ‘나 몰라라’는 이제 그만.

이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