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잠비아]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김종용 신부
입력일 2017-11-24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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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지 않는 아프리카 잠비아. 태어나서 눈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곳 원주민들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매일 장대비가 쏟아지고 일교차가 35℃ 이상 나며 해가 가장 긴 계절 한 가운데에서 맞이하는 예수님의 성탄, 바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추운 겨울 예수님을 낳기 위해 여관을 전전긍긍했던 성모님과 요셉성인이 아니라 큰 비를 피해 작은 움막이라도,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성탄이 다가올 때 즈음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저에게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하며 인사를 건넵니다. 그러면 저도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화답합니다.

그런데 원주민들의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은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한다는 뜻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달라는 뜻입니다.

클레멘스의 입에 동생이 시마를 먹여주고 있다.

126년 전 잠비아에 가톨릭교회가 전파되면서 초창기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의 너무나 가난한 모습이 안쓰러워 기회가 되면 선물을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익숙해진 원주민들에게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던 저는 처음엔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그저 웃으며 함께 “크리스마스”라며 화답을 합니다.

“내 선물은 어디 있지?(Where is my Chrismas?)”라며 길거리의 꼬맹이들이 물으면 저도 같이 “그럼 내 선물은?”하며 장난을 칩니다.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주면 근처에 있던 어른들도 사탕을 달라고 합니다. 자기들도 사탕을 먹을 기회가 없고 먹고 싶은 마음은 같기 때문입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이들의 모습이 미개하기보다는 이들을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하루종일 놀러다니는데 장난감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고 핸드폰도 없지만 누구도 아쉬움 없이 그저 신나게 지내는 듯합니다.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어 치장을 하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뛰어다는 모습은 참 부럽기까지 합니다.

해가 뜨면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해가 지면 일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고 익히게 됩니다.

어릴 적에 심한 고열을 앓고 난 후부터 걷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하며 누워만 사는 12살 클레멘스라는 어린이의 일과는 그저 집안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일입니다. 이 친구에게 특별히 제작된 휠체어를 선물해주니 그 다음부턴 어린이들이 그 친구를 데리고 나옵니다. 손발을 잘 움직이지 못해 누군가 음식을 먹여줘야 하는데 동생이 형 입에다 시마(옥수수가루로 만든 원주민의 주식)를 먹여주고 반찬을 넣어 줄 때마다 활짝 웃는 클레멘스의 웃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지만 그 다름을 통해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어디에나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고 듣고 나눌 수 있는 이곳에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기뻐합니다. “내 크리스마스 선물은 어딨죠?”라는 성탄인사에 올해는 “바로 당신”이라고 대답해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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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