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도로 보수 공사로 시작한 새해

입력일 2016-01-20 수정일 2016-01-20 발행일 2016-01-24 제 297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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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벳-아강그리알을 잇는 도로의 보수 공사 과정. 건기에 거칠게 파인 길을 흙으로 덮고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새해의 시작을 도로 보수 공사로 시작했습니다.

쉐벳-아강그리알을 잇는 길은 건기에는 거칠게 파인 울퉁불퉁한 길이고, 우기가 되면 질퍽질퍽한 진흙뻘이 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4월이 되기 전에 도로를 메꾸고 다져놓아야만 우기를 안심하고 맞이할 수 있습니다.

2월에는 마을에 우물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우물을 파기 위한 장비와 트럭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 정리를 하는 것도 길 보수의 목적입니다.

올해는 교구에서 작년에 마련해준 25톤 덤프트럭 덕분에 도로보수가 한결 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악한 도로사정에 작은 트럭으로 여러 번 흙을 퍼나르다 보니 작년까지는 고생이 심했지만, 지금은 덤프로 하루에 두 차례씩만 나르면 40미터 정도 보수 할 수 있습니다. 표 신부님이 열심히 덤프트럭으로 흙을 나르고 저는 아강그리알의 젊은 일꾼들과 함께 그 흙으로 열심히 패인 웅덩이를 메꾸고 길을 다집니다.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땡볕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써가며 일을 하는 것은 고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새 도로가 조금씩 완성될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들어서 힘이 납니다.

이곳 젊은이들은 공공사업을 위해 일을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도로 건설과 보수도 사실 정부에서 주도하고 지역사회의 젊은이들이 인부로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공공사업에 관한 일도 외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방치합니다.

그 예로 2008년에 유엔군이 쉐벳을 지나는 도로를 중장비로 건설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도로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자기들과는 무관하니 불편하면 불편을 느끼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입니다.

‘신부들이 이제는 도로까지 깔아주어야 하나?’하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도로를 깔고 보수하는 것은 단순한 공공사업이 아니라 자선사업이기도 하기에 이 일을 매년 반복해서 하고 있습니다. WFP(세계식량계획)도 트럭으로 식량 수송이 가능한 지역에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수하고 있는 이 길 위로 우물을 파는 장비들과 식량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오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끝날 즈음에는 다시 여기저기 깊게 패여서 망가진 길이 되겠지요. 하지만 도로보수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후원계좌: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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