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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봉헌생활] (10) 제3회와 재속회

김진영 기자
입력일 2015-11-03 수정일 2015-11-03 발행일 2015-11-08 제 296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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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이루거나 독신 지키거나… 지향점은 세상 속 ‘완덕의 삶’ 
제3회 - 수도회 영성 배우고 따르며 세상 안에서 복음 전파. 지원기, 종신서원 등 거쳐
재속회 - 공동체 수도복 의무 없지만 분명히 봉헌생활 한 형태. 한국여자재속협의회 출범도
제3회는 세상 안에서 수도회 정신에 동참하기 위해 탄생했다. 사진은 작년 10월 26일 ‘성 베네딕도 유럽의 수호성인 선포’ 50주년을 기념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모인 베네딕도회 봉헌회원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제2차 바티칸공의회부터 사용된 ‘축성생활’이라는 용어는 수도회와 재속회, 동정녀회, 은수자회라는 다양한 형태의 삶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도를 따름’을 목적으로 설립된 다양한 축성생활회들은 언제나 그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신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재속회와 제3회 역시 축성생활의 한 양식이다. 재속회와 제3회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새로운 응답을 내놓고 있다.

4세기 초 박해가 끝났지만 일부 신자들은 여전히 사막에서 은수생활을 지속했다. 교회가 자유를 얻게 된 평화의 시기에 오히려 수도생활 운동은 새로운 활기를 얻어 더욱 강화되어 갔다.

부유해진 교회와 해이해진 수도자들을 경계하고자 수도회가 중심이 된 개혁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등장한 탁발수도회들은 가난을 추구하고 설교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신자들을 위로했다. 수도자들의 삶에 자극을 받은 신자들 중에는 세속에서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도 나왔다. 제3회는 이렇게 탄생했다.

더 나아가 ‘세상 밖’에 존재하는 ‘수도원’이 아닌 이제 ‘세상 안’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재속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공동생활과 수도서원, 회의 사도직, 장상의 손안에 머물러있는 수도자들보다 더욱 유연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3회

제3회는 세속에서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해 그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완덕의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일컫는다. 남자 수도회가 제1회, 여자 수도회는 제2회, 그 수도 공동체의 영성을 닮으려는 회를 제3회라 불렀다. 그러나 1회, 2회, 3회라는 표현은 위계적인 느낌이 강해 다른 명칭으로 변경을 했다. 문제는 3회의 재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재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에 따라 제3회와 재속회를 혼동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속프란치스코회’의 경우 ‘재속’이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가 있지만 재속회가 아닌 제3회다. 각 수도회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제3회의 이름을 고유한 명칭으로 바꿔 부르고자 노력 중이다.

역사적으로 제3회는 수도회에서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사는 것과 세상에서 평신도로 살아가는 것을 연결하려는 시도의 결실이다. 특히 제3회는 반성직주의로 인해 수도회와 종교조직이 쫓겨나거나 강제로 해산된 17~18세기에 평신도와 수도회를 이어주는 탁월한 역할을 했다.

제3회는 재속회와 달리 결혼한 이들에게도 열려 있다. 물론 재속회원처럼 동정을 지키고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사는 회원들도 있지만, 보통은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제3회가 후원회라든가 다른 단체들과 다른 점은 3회 회원은 세상에 살지만 수도회의 양성과정을 그대로 전수받아 지원기-청원기-수련기-유기서약기-종신서원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아울러 교회가 승인한 회칙을 지키고 살며, 매일 정해진 기도문을 바치고, 정기적으로 피정과 연수, 소그룹 모임 등에 참여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수도회 영성에 따라 세상 속에 살면서 본당에서 교리교사나 다양한 봉사직을 통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다.

다만 제3회 자체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관련된 수도회와의 관계 등 여러 면에서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본당 신자들은 물론 교구 사제들조차 제3회를 수도회 후원회로 인식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제3회의 입장과 역할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3회원이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성소와 카리스마적인 정체성을 지키며 이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때 해결 가능하다.

도미니칸평신도회 지도 홍승국 신부는 “수도회의 영성을 배우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하느님이라는 높을 산을 오르는데 있어 아주 좋은 등산장비를 갖추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등반의지겠지만 제3회 활동은 그 장비를 갖추는 소중한 기회”라 말했다.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삼회원들의 양성을 위해 1963년 펴낸 계간 잡지 「발자취」 창간호.

재속회

가톨릭교회 교리서 928조는 “재속회(在俗會)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세속에 살면서 애덕의 완성을 향하여 노력하고 세상의 성화를 위하여 특히 그 안에서부터 기여하기를 힘쓰는 봉헌생활회이다”고 정의한다. 이에 의하면 재속회는 기본적으로 봉헌생활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재속회는 분명 봉헌생활의 한 형태이지만 공동생활이나 수도복 등을 요구받지는 않는다. 다만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독신 생활의 정결, 청빈, 순명의 의무는 가지고 있다. 즉 재속회는 재속성과 봉헌생활을 적절히 조화시켜 보다 적극적인 참여성을 지니고 세상의 성화를 위해 살아가는 새로운 양식의 봉헌 생활이다.

재속회는 ‘세상 안에서 그리고 세상 속으로부터’라는 말로 가장 잘 표현된다. 재속회원들은 세상의 보통 조건 속에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들은 자신들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수도회와는 달리 공동생활을 하지 않고 자신의 봉헌에 대한 어떠한 외적인 표시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혼자서 또는 자기 가정에서 살아간다. 다만 이러한 점은 재속회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사실 교회 내부에서조차 재속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혼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에서는 재속회를 수도회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였기에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도생활교령」에서는 재속회를 “수도단체가 아니지만”(11항)이라 말해 오류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재속회 내부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끝에 재속회와 수도회로 나눠지는 일도 발생했다.

또한 재속회원들은 세상의 모든 유혹에 그대로 노출돼 있기에 때때로 회와 장상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함께 살지 않고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적절한 도움을 주고받지 못한다. 또한 질병과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므로 나이가 들면서 막연한 불안이 커지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재속회원들이 재속회를 선택한 이유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들을 재촉하고 있는 동시에 평범함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재속회는 ‘새로운 천년기의 성소’라 불릴 정도로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속회와 제3회 모두가 교회에서 권고할만한 삶의 양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신자들은 여전히 성소를 교구 사제, 수도자라는 두 가지 형태로만 인식하고, 봉헌생활 안에서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속회와 제3회는 각각 연대를 꾀하고 있다. 제3회는 1966년 제3회들의 연합체인 ‘제3회 모임’을 만들었고, 각 회의 대표나 대리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재속회 역시 대표자들의 모임을 마련했다. 특히 2014년 10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제11회 아시아 재속협의회 총회가 열려 아시아의 7개 나라 17개의 재속회 대표자들과 참관인들이 모여 아시아 재속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모임에서 한국 재속회 회원들은 각 회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재속회의 홍보와 회원들의 양성이 중요하기에 함께 연대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8일에는 ‘한국여자재속협의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재속회와 제3회 회원들이 세상 속에서, 세상 깊숙한 곳에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까지도 손을 뻗칠 수 있도록 신자들의 관심과 기도가 필요한 때이다.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들의 소규모 그룹모임 피정 모습. 재속프란치스코회 제공

김진영 기자 (nicola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