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미술 순례] (9) 구산성지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마리아상’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5-01-13 수정일 2015-01-13 발행일 2015-01-18 제 2928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기와 담에 둘러싸인 왕관 쓴 성모님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 표정 ‘눈길’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구산성지(전담 정종득 신부)에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성모상이 있다. 가정과 온 인류의 평화를 기리는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마리아’상이다.

기와를 켜켜이 쌓아 만든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마리아상이 성지를 찾은 신자들을 반갑게 반긴다.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 지시봉을 들고 있는 모습은 루르드, 파티마, 과달루페 성모님과는 사뭇 다르다. 부드럽고 여성성을 강조하는 대신 강단 있고 단호해 보이는 얼굴 표정이 눈길을 끈다. 마치 유럽 국가의 여왕처럼 카리스마가 넘쳐흐른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성모상에는 외형만큼이나 흥미로운 사연이 담겨 있다. 구산성지 초대사제이자 깊은 성모신심을 갖고 있던 고(故) 길홍균(1931~1988) 신부는 어느 날 꿈속에서 성모님을 알현했다고 한다. 길 신부는 자신이 본 성모님의 모습을 당시 서울대 미대학장이던 김세중(프란치스코, 1928~1986) 화백에게 설명하며 작품을 의뢰했다. 서울 혜화동성당 ‘최후의 심판도’, 성라자로마을 ‘피에타’ 등 다수의 교회미술을 제작한 바 있는 김 화백은 신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작업에 매진했고, 그 결과 유일무이한 성모상을 완성했다.

성모상은 한국적인 기와 담에 둘러싸여 있다. 담 위에 둥근 모양의 도자기들이 한 가득이다. 도자기에는 한자나 형형색색의 꽃문양, 십자가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생김새에 따라 담긴 의미도 다르다고 한다.

도자기들은 성지를 담당하는 정종득 신부가 직접 여주에 내려가 구워온 작품들이다. 정 신부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은 없다. 다만 성지를 방문하는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향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정 신부가 디자인한 파란색 도자기와 회색 항아리를 성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성모동산의 도자기 작품과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뜻을 갖고 있다. 회색은 새우젓을 삭힌 색으로, 새우젓 장사를 하면서도 신앙을 지켰던 신앙선조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파란색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