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원 수도회 이야기 (34)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4-04-09 수정일 2014-04-09 발행일 2014-04-13 제 289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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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뜻 일치하며 끊임없이 성체조배
사제들 영적 재충전 위한 피정 공간 마련
성음악·전례 예술품 제작으로 하느님 전파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여주분원장 송미령 수녀)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자, 첫 번째 제자였던 성모 마리아를 닮아 사는 사명을 사도직 안에 펼치고 있다. 성서 안에서 자주 나타나지 않은 성모님의 삶처럼, 수녀들의 생활과 사도직 역시 나무의 뿌리처럼 숨겨져 있으나, 하느님의 사랑을 향해 뻗어 나가는 힘을 지탱하고 있다.

■ 교구로의 정착

수녀회 여주 분원 역사는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회 소속 한 수녀의 친척이 땅을 봉헌하겠다는 뜻을 밝혀옴에 따라, 1982년 임야를 기증 받고, 정식으로 출범했다.

처음에는 작은 집을 마련, 여름 방학을 맞아 여름휴가나 성소자 모임 등을 가졌다. 초창기였기에 딱히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막연하게나마 수녀회 사명 안에 꿈꿔온 사제들을 위한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

“성모 마리아께서 사도들을 동반하셨듯이 제자수녀들도 사제들이 탄생하도록 기도할 뿐 아니라, 그분들과 생을 함께하고 그들이 병들었을 때에 간호하며, 그들이 죽은 후에도 그들과 영원한 감실인 천국에서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라”는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제들과 수녀들의 관계는 성모님과 예수님처럼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선 사목에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제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새로운 충전을 할 수 있는 피정 공간을 제공하고자 뜻을 세웠다.

이에 수녀들은 우선, 수녀회 영성의 핵심인 스승예수상을 제작하기에 이르렀고, 1986년 당시 교구장 김남수 주교와 교황대사 프란치스코 몬테시리 대주교를 통해 축복식을 가졌다. 지금도 여주 도전리를 들어서면 산중턱에 5m 높이로, 우뚝 서 있는 스승예수상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수녀들은 회원들을 위한 작은 집을 마련, 희망의 집으로 이름 짓고, 당시 양성자들의 면학이나 공동 휴가 및 피정 등에 활용했다.

이후, 1992년 6월 정식으로 진출 승인을 받은 수녀회는 여주 분원을 세우고, 소망하던 사제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하느님을 찾는 이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한 피정의 집 공간도 준비하게 됐다.

■ 뿌리와 같은 모습으로 뒷받침하는 사도직 생활

수녀회의 첫 번째 사도직은 성체조배이다. 온 인류가 원하는 바를 망토 안에 품고 성체 앞에서 밤낮 끊임없이 기도함으로써, 교구 안을 비롯한 모두가 하느님의 뜻대로 일치와 사랑 안에서 걸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두 번째 사도직은 교회 전례가 하느님의 성사로서 은총의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아들 예수님의 옷을 지으신 성모님처럼 기도와 정성으로 제의를 짓고, 성음악과 전례 예술품들을 제작,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그들이 원하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자 한다.

더욱이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인 여주에서 살고 있는 만큼, 수녀들도 도예를 전공해 교회와 신자들에게 유익한 물품들을 직접 구워내고 있다. 분원의 한 수녀는 스승예수상 외 많은 성상을 조각했고, 틈틈이 작곡도 해, 교구 설정 50주년 주제가를 선보이기도 했다.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는 수녀회가 은총의 샘이 되기를 바라며 수도회를 창립했다고 밝힌바 있다. 같은 뿌리의 바오로 수도 가족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도적 생활에 종사하는 타 수도회들이 그 안에서 은혜를 길어 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마음이 수녀회의 성소와 사도직에 녹아들어가, 수녀들은 성체 앞에서 영혼들을 성체에게로 인도하고, 사명 안에서 기도하는데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처 난 많은 영혼들, 하느님을 목말라하며,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영혼들에게 분원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고통 중에 있는 사제들과 사목에 지친 사제들이 분원에 찾아와 영적 육적으로 다시금 재충전하고 돌아가는 것이 수녀들의 보람이자 소명이 돼왔다.

수녀들은 이러한 사도직의 사명이 창립자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가 보여줬던 성모 마리아의 삶이 수녀들을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 가장 좋은 몫이라 여기고 있다.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여주 분원 기공식 모습.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수녀들이 성체조배 하고 있다.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