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성미술 순례] (7) 요당리성지 십자가의 길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4-02-04 수정일 2014-02-04 발행일 2014-02-09 제 288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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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투박한 ‘두 손’ 부각 시켜
수난·죽음·부활 등 핵심 내용 표현
십자가의 길 1처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결박되신 예수님의 손을 표현했다.
우리를 위해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 십자가의 길. 그 중에서도 모든 고통을 짊어진 예수님의 투박해진 두 손은 대가 없는 희생으로부터 드러나는 지극한 사랑을 여실히 증명한다.

교구 내 요당리성지(전담 장기영 신부) 야외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십자가의 길 역시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그 손에 주목하고 있다.

이숙자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의 작품인 이 십자가의 길은 동을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상황 전체를 묘사한 십자가의 길 형태에서 벗어나 손을 부각시킴으로써 그 손에 녹아든 예수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부분 안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각 처의 핵심을 찾아 더 집중적으로 묵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수녀는 언어 다음으로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손짓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구상했다.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하느님의 손길과 함께, 우리 인간의 손을 통해 이루시는 많은 일들에 대한 묵상이 작품의 시발점이 됐다.

이 수녀는 “손짓 하나에 생사가 갈리는 일, 또한 손이 묶이고 체포된 상황은 죽음 같은 무력함을 의미하며, 말(언어)로 주고받는 것보다, 손으로 주고받는 것이 더 실천적이고 복음적이라는 것을 의미 한다”며 “더 나아가 손으로 만들어 표현된 예술작품들은 인간을 승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지 십자가의 길 14처 안에서도 체포되시는(손이 묶이는) 예수님 손, 십자가를 받으시는 예수님의 손, 넘어져 땅바닥을 짚으시는 예수님 손, 모자상봉 때 감싸주시는 성모님의 손, 키레네 사람 시몬이 도와주려고 내미는 손, 땀을 닦아주려고 수건을 내미는 성녀 베로니카의 손, 예수님의 고통의 길을 따라오며 눈물 닦고 있는 여인들의 손, 예수님의 옷을 찢어 나누어가는 병사들의 손, 예수님의 손과 발에 못을 박는 손과 못 박힌 손,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거둬들이는 제자들의 손과 생명이 사라진 예수님의 손, 삼베로 예수님의 시신을 감싸고 무덤으로 옮기는 제자들의 손, 유향을 들고 무덤을 찾아오는 여인들의 손길 등 각각의 손짓이 가진 깊은 의미를 따라가도록 했다.

아울러 이 수녀는 각 처를 밝히는 성경구절을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로부터 느낄 수 있는 구원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와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보다 먼저 깨닫고, 그 사랑을 닮아가고자 목숨마저 내어놓은 순교 성인들의 신앙의 강렬함과 절절함은 성지에 십자가의 길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