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 최덕기 주교와 함께] (39) 본당 신설이 가장 많던 시절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06-25 수정일 2013-06-25 발행일 2013-06-30 제 2852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본당 봉헌 물결 해마다 수십 건씩 이어져
제가 우리 교구 3대 교구장직을 승계받은 후 처음으로 주례한 새 성당 봉헌미사는, 정자동주교좌대성당에서 거행됐습니다. 정자동성당은 1997년 7월 교황청으로부터 공식 인준을 받았고, 연이어 8월에 봉헌식이 거행됐지요. 이어 9월에는 양지성당, 10월에는 평촌성당과 소하동성당, 11월에는 미양성당 봉헌식 등이 연달아 마련됐을 뿐 아니라, 새 성당 봉헌 물결은 이후로도 해마다 수십 건씩 이어졌습니다.

제가 교구장으로 재임하던 시기는 교구 관할 지역 내 굵직굵직한 신도시 개발과 대형아파트 단지 설립이 매우 바쁘게 진행되는 때와도 맞물렸습니다. 각 지역마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인구가 새로 밀려드니 당연히 발 빠르게 본당을 신설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본당을 신설할 때면 늘 새 성당을 짓는 일이 가장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성당 부지가 전혀 없는 계획도시 내에서 본당을 분할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기도 했지요. 그래도 교구와 각 본당 모두가 관할 지역에 새로 이사 온 신자들은 물론 새 예비신자들을 위해 본당을 분할하고 새 성당을 짓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신부님들 중에는 현재는 신자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새 성당을 짓고 있지만, 조만간 유럽처럼 신자들이 줄어 성당을 짓기는커녕 기존 성당도 줄여나갈 수 있는데 왜 굳이 본당 신설을 계속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만약 우리가 생각부터 ‘조만간 한국교회도 유럽처럼 쇠락하고 말 것’이라고 전제를 두면 그런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회가 아직 발을 내딛지도 않은 길, 무엇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길로 나아가도록 그냥 두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생각부터 다르게 하면 교회는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한국교회식, 수원교구식으로 꾸준히 발전을 기대하며 노력하면 틀림없이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요. 그리고 이후로도 이러한 기대와 필요성에 의해 본당 신설은 지속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정자동주교좌대성당.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