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나는 평신도다] 어려운 이웃 위해 도배 봉사하는 정규설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2-11-06 수정일 2012-11-06 발행일 2012-11-11 제 281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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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하는 마음 점점 커가요”
도배뿐 아니라 청소·수리 등 세세한 어려움까지도 돌봐
고맙다는 인사에 보람 느껴
집에는 취향에서부터 성격, 생활 수준, 습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사는 사람의 삶 그 자체다. 이 집을 도배로 깨끗하게 만들어 어려운 이웃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도배 봉사를 하는 화서동본당 빈첸시오아바오로회 회장 정규설(요셉·72)씨를 만났다.

“도배봉사는 이웃의 가장 깊숙한 곳을 바라보게 해주는 봉사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분들의 집안을 도배하다 보면 그분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지요.”

화서동본당 빈첸시오회가 도배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어려운 가정과 시설을 포함해 9곳을 도배했다. 정씨 역시 그 모든 봉사에 함께했다. 처음에는 좋은 취지로 추진한 도배봉사였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이웃의 집을 도배하는 것은 평소 생각하는 도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조그만 방 하나도 도배하려면 적어도 4~5시간 걸립니다. 인원은 못해도 4명은 필요하지요. 그런데 도배봉사는 도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짐 정리에서부터 청소며 시설정비, 설거지까지도 해요. 결국 새집을 만들어 드리는 거죠.”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이 사는 집들은 대부분 관리할 수 있는 형편이 안돼 집안이 엉망이었다. 짐을 빼내면서 집안에 방치된 각종 쓰레기와 오물을 정리해야 했고 전등이 나가거나 시설이 고장난 경우가 많아 시설수리도 해야 했다. 혹시 거동이 불편한 이나 장애를 가진 이가 있으면 도배하는 동안 모실 장소와 사람도 필요했다. 심지어 주변 가정이나 집주인이 항의하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고맙다’는 한마디가 계속 도배봉사를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됐다.

“엉망인 집을 깨끗하게 만들고 집에 사시는 분들을 모시고 오면 다들 기뻐하십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얼굴로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마음이 가벼워지지요. 또 도배 봉사한 가정의 비신자가 세례를 받았을 땐 뿌듯했습니다.”

정씨가 도배봉사를 하면서 얻은 보람은 밝아진 집안이나 이웃의 밝은 모습만이 아니었다. 어려운 이웃의 집을 새하얗게 밝혀주는 도배봉사는 정씨의 마음도 밝혀줬다. 정씨는 도배봉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배워나간다.

“도배봉사를 하며 누군가 이분들께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이렇게까지 어려운 환경에서 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웃을 사랑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커가지요. 이렇게 사지 멀쩡한 몸으로 봉사할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늘 감사하며 삽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