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37. 기쁨의 혼인잔치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2011-05-22 제 274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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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강그리알에 나타난 두명의 한국 신부님
몇 달 전부터 두 분의 선교사제가 파견된다는 소식에 아강그리알은 조용한 설렘에 젖어있었습니다.

표창연(프란치스코) 신부님과 정지용(베드로) 신부님이 한국에서 수단으로의 파견미사를 마치고 긴 여정 끝에 나이로비에서 남수단으로 들어온 날은 한국에서의 어린이날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이승준 신부님은 하루 전날 룸벡으로 마중을 나가고 저는 아강그리알에서 신부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신부님들이 쓸 방을 열 번도 넘게 청소했는지도 모릅니다. 몇 주 전부터 청년과 학생들에게 신부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일렀고 아이들은 플래카드를 만들겠다며 흰 천을 달라고 했지만…, 흰 천이 없어서 스케치북을 뜯어 박스에 붙이고 막대기를 세워 플래카드를 대신했습니다. 흰 종이 플래카드 주위에 색종이를 알록달록하게 붙여 크레파스로 정성껏 글자를 그렸습니다. 고맙고도 기특했습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과 베드로 신부님, 아강그리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부님이 도착할 즈음이 되기 몇 시간 전부터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주섬주섬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 나가보니 마을 입구에서 훨씬 떨어진 곳에서 교리교사들이 진을 치고 서서 북을 치며 한바탕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청년들은 어디 있니? 라고 묻자 더 앞으로 가셔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마을 밖으로 2Km정도 나와서야 나무그늘 밑에 2,30명의 학생들이 신나게 환영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렇게 멀리까지 걸어 나와 환영을 하려는 것일까. 아마도 이렇게 신부님을 맞이하듯 예수님을 기다리는 신앙심이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다림은 늘 기쁘고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멀리서 신부님을 태운 자동차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길을 막고 플래카드를 펼쳐 세우고 서서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검은 선교사 십자가를 걸고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오는 신부님들을 보자 3년 전에 제가 아강그리알에 들어왔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환영해요 신부님들!….

환영식은 길가에서 학생회(청년회), 교리교사, 성모회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고 성모회 엄마들은 마치 유명 연예인을 맞이하는 듯 자동차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가는 극성도 연출해 주셨습니다(부탁도 안했는데!). 딩카 전통에 따라 사제관 대문 입구에 송아지 한 마리를 준비해 새 선교사제들이 방금 목을 딴 소를 넘어서 들어오는 전통 예식을 마지막으로 환영식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신부님들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고 아강그리알에 와서 같이 살게 되어 행복하다는 인사말이 끝나자 한동안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주모경을 바치고 강복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기쁨에 찬 신자분들은 한동안 사제관을 떠날 줄 모르고 춤과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마중나간 슬기로운 처녀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신랑을 맞이한 기쁨의 혼인잔치였습니다.
사진 김민경 (수원교구 해외선교부 평신도 봉사자)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