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반사경]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09-26 제 1323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 아무 거리낌없이 부르던 외국 성가를 정작 외국 사람들이 부르는 것을 보고서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자신이 즐겨부르던 그 성가가 우리의 성가가 아닌 외국의 것이란 사실을 처음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이 흔히 벌어진다. 특히 많은 외국인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미사를 드릴 때, 마땅한 우리 교유의 성가가 없어 고충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 우리가 매일처럼 부르는 성가 가운데 우리가 작곡하고 가사를 붙인 노래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이 외국 성가의 가락에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부르고 있는 것들이다. 거의 매일같이 부르다 보니 처음엔 생소하던 가락이나 가사도 이젠 우리의 성가로 착각할 정도로 친숙해졌다. ▲ 서양음악의 불모지대였던 한국교회 초창기의 성가는 곧 외국의 성가를 뜻했다. 이 낯선 성가를 통해 한국은 최초로 서양음악과 접할 기회를 갖게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악 분야도 교회가 그 발전에 끼친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교회음악에 영향을 받은 일반 음악 분야는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했는데도 정작 교회는 아직도 대부분 성야의 성가에 의존 하고 있는 실정이다. ▲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곡조나 가사가 외국의 것이란 사실뿐만이 아니다. 「우리말이 아닌 우리말 가사」가 곳곳에 발견 된다는 사실이다. 외국성가의 번역 가사 중에는 하느님 또는 성모를「너」라고 표현한 부분이 많다. 敬語와 卑語의 확고한 구분이 없는 외국어식으로 한다면 이렇게 표현 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2인칭을 敬語로 말할때「너」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 한국교회는 2백주년을 앞두고 통일성가집 편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斯界 권위자들이 불철주야 노력한 보람으로 이제 멀지 않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도 되고 있다. 차제에 지금까지는 무비판적으로 불려졌던「우리말이 아닌 우리말 가사」가 사라지게 될런지-때늦은 감은 있지만 통일성가집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