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소담선생 131

이혁우·시몬
입력일 2011-04-12 수정일 2011-04-12 발행일 1997-02-09 제 203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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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교회일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절이 가까와오자 신년도를 이끌어 갈 새 임원진을 구성하러 평협 총회가 사제관에 딸린 회의실에서 열렸다.

환절기 감기가 유행인듯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회의를 진행하던 총무가 좀 민망했던지 『요즘 감기가 참 지독하죠?』하고 화제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그러자 여자 부회장이 『아유! 말도 마세요. 약을 먹어도 도무지 듣질 않아요』하고 맞장구쳤다.

이때까지 말없이 계시던 본당 신부님이 점잖게 한 말씀 하신다.

『요즘 감기는 한 번 걸렸다 하면 약 안 먹으면 7일 가고 약 먹고 치료하면 1주일 간다더군』

★…백조…★

말가리다 할머니의 손자가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지 일 년쯤 되자 이제 소품 한두 곡을 연주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자랑도 하고 싶고, 또 손자의 바이올린 교습이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본당 성가대 지휘자에게 안 바쁘시면 잠시만 시간을 내어 자기 손자의 바이올린 연주를 한 번 듣고 평가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지휘자가 그 집엘 갔더니 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잠시 후 그 손자의 바이올린을 듣기 시작했는데 꼬마는 쌍상스의 「백조」를 연주했다.

그런데 지휘자가 듣기에 활을 좀 무겁게 쓰는 것 같고 부드러워야 할 곡의 흐름이 좀 부자연스럽고 딱딱하게 느껴져 집에 CD나 카세트에 이 곡이 있다면 이 아이에게 한 번 들려주어 본인 스스로 어떤 점이 부족한가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할머니댁에 백조 있어요?』했더니 『그럼요. 곧 준비할게요』하시더니 잠시 후 마른 안주 한 접시와 맥주 두 병을 차려 들어오셨다.

이혁우·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