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3년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초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에게 듣는다 (15) 아련한 사목방문 (하)

정리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1-03-16 수정일 2011-03-16 발행일 2011-03-20 제 273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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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방문길에 꿩사냥 … 신자들은 기다리는데…
사목방문은 언제나 즐거웠어요. 신자들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요. 당시 신자들은 참 신앙이 깊었던 것 같아요. 오랜 신앙의 전통을 가진 신자들도 많았어요. 개신교에 비해 천주교 교세가 크고, 교우촌도 여럿 있었지요.

문득 안중본당 신설을 준비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 평택본당 주임이던 장덕호 신부가 공소 사목을 하면서 본당 신설에 많은 공을 들였지요.

지역 교우들 역시 공소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어요. 장 신부가 가끔 와서 숙식을 할 때마다 할머니들이 쌀독에 쌀도 채워 넣고, 된장도 퍼 나르면서 본당 살림을 충당해주고는 했지요. 그 소식을 듣고 나도 한 번씩 공소로 찾아가고는 했어요.

당시 사목방문을 한참 다닐 때 공의회 정신과 공의회 결정들을 실행하기 위한 사목협의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신자들이 교회의 주체로서 교회의 모든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예요. 각 본당에 들를 때마다 사목협의회를 통해 본당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지요.

보통 본당 사목협의회에서는 성당이나 사제관 건립 등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교구에서는 그럴만한 여력이 부족했기에 항상 마음이 무거웠지요. 이때는 신부들이 모든 재정을 책임지던 때라 신부들의 부담도 컸어요. 이후 그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이때부터 본당에서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본당의 재정을 마련하는 기반이 생겼어요.

사냥과 관련된 추억도 있어요. 신부님들 중에 사냥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 때로 그들과 사냥을 함께 다녔지요. 대개 4~5명 정도가 함께했어요. 사목방문 갈 때도 미리 사냥총을 차에 싣고 다니고는 했지요.

한 번은 장호원본당에 가는 도중에 길가에 꿩 한 마리가 보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쫓아가다가 본당 도착이 늦어진 적도 있어요. 서둘러 도착하고 보니 신자들이 성당 문 앞에 도열해 있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후로는 사목 방문 때는 사냥 준비를 하지 않았지요.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일화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사목방문에 나선 윤 대주교가 한 어린이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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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