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8. 선물을 받는 고마운 마음

입력일 2010-12-29 수정일 2010-12-29 발행일 2011-01-02 제 272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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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채울 수 없는 가난한 산타클로스
수단의 겨울은 건기의 시작과 함께 다가옵니다. 11월 중순, 비가 그치자 풀 마르는 내음으로 가득 찬 숲에 나무들은 때가 되었다는 듯 마른 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노란 먼지바람으로 가득차고 낮게 기울어진 햇살 때문에 태양광 충전도 더뎌졌습니다. 바야흐로 수단의 겨울입니다.

하지만 낮 기온이 38도를 넘어서는 한여름의 겨울입니다. 단지 아침기온이 18도까지 떨어지는 것이 다르죠. 우리나라에서야 영상 18도면 시원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20도의 일교차 안에서의 체감은 다릅니다. 그래서 어린이고 어른이고 감기로 고통 받는 시기이기도하지요.

창고를 찾아보니 한국에서 보내준 옷가지 중에서 점퍼가 좀 있어 어떻게 나누어줄까 고민하다가 사제관에서 하루치 일을 하면 옷을 주기로 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일을 하고 옷을 받아가자 소문이 났는지 더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늘 그렇듯 줄 수 있는 물건들은 그 ‘모두’를 채울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서로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를 합니다만 저에게 표현하는 언어는 늘 생소합니다.

“신부님, 내 옷 가져오세요.” “내가 언제 네 옷을 빼앗아 가기라고 했단 말이냐?”

농담을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밖에 표현 못하는 언어적 가난도 익숙해 졌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는 신부님이란 존재는 자기들에겐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나누어주어야 하는 산타클로스였습니다. 한번은 ‘프란시스’라는 청년이 뒤늦게 찾아와 점퍼를 내 놓으라고 호령을 합니다.

“점퍼는 끝났고 지금 남은 건 스웨터뿐이란다”하며 어울릴 듯한 스웨터를 건네주었지만 손으로 받지 않아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인상을 쓰며 말합니다. “내 점퍼 어디 있어요?”

점퍼가 아니면 안 받겠다는 고집이었죠. 바닥에 떨어져 흙이 묻은 스웨터를 주워들면서 제발 이것을 받아달라고 빌까? 아님 뺨을 한 대 올려칠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점퍼를 받으려면 네가 일찍 왔어야지 지금은 없어서 못주니 다음에 점퍼가 생기면 주마”하며 돌려보냈습니다.

창고 문을 닫고 나오며 혼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혹 나도 그런가? 하며 말이죠.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이 있고, 그 기대에 만족을 채워주지 못하면 오히려 선물한 사람을 나무라거나 실망을 합니다.

2000년 전 메시아를 기다리던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이상적 모델이 아니었던 예수님을 쓸모없는 선물로 여겨 십자가형으로 폐기처분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헤아려봅니다. 하느님의 선물은 선물을 주시려는 하느님으로부터의 ‘주어짐’입니다. 그것이 때로는 내가 기대했던 맛이 아닌, 고통이라는 쓴맛으로, 아픔이라는 신맛으로 주어질 수도 있겠지만 기쁘게 고마움으로 받아주는 자녀들이 그분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음을 믿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아기예수님을 기쁨으로 만나는 일은 어이없는 고통과 아픔으로 다가오는 선물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가난한 마음일 것입니다.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