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마중물] 본보 오혜민 기자 ‘사랑의 생명나눔 헌혈 캠페인’ 함께하던 날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0-03-09 수정일 2010-03-09 발행일 2010-03-14 제 268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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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운동에 동참해 행복해요”
시계의 태엽을 감아 옛날 우리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펌프 구멍에 물을 붓고 열심히 손잡이를 눌러 내리면, 시원한 물을 솟구쳐 오르게 하던 그 물은 ‘마중물’이었다.

가톨릭신문은 펌프에 물을 부어 샘물을 솟구쳐 올리듯, 사랑의 마중물을 부어 수원교구 신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펌프질하려고 한다. 그 첫 번째 마중물은 수원교구의 생명나눔에 동참하는 ‘헌혈’이다.

교구 한마음운동본부가 ‘사랑의 생명나눔 헌혈 캠페인’을 열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에는 연일 헌혈에 관한 기사로 떠들썩하다. 문득 달력을 들여다본다. 40일 동안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며 참회와 희생의 정신으로 살 것을 다짐하는 사순기간이다. 망설일 것이 없다. 독자들에게만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사순을 살기 위해서다.

▧ 에필로그

부끄러운 고백이다. ‘내 생애 첫 헌혈’이다. 길을 가다가 ‘헌혈차’가 보이면 빙 돌아가거나 멋쩍게 웃어보이고는 슬며시 손을 빼곤 했다. 더욱 핑계를 대자면, 군대에서 한 번씩 헌혈 경험을 했을 남자도 아니고, 여성에게 중요한 철분이 빠져나갈까봐 헌혈을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주사바늘이 무서워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회가 닿지 않아서였던 것도 같다. 내가 ‘피’를 필요로 해본 적이 없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피’를 필요로 하는 가족을 본 적도 없어서였던 것도 같다.

3월 7일, 헌혈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스울 수밖에 없는 ‘내 생애 첫 헌혈’을 감행하러 이번 주 헌혈 거점본당인 용인대리구 수지성당으로 향한다. 요란할 것도 없는 헌혈 다짐에 부끄럽지만 나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 헌혈

본보 오혜민 기자가 3월 7일 수지성당을 방문해 교구 한마음운동본부가 펼치고 있는 헌혈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헌혈(獻血). 말 그대로 남에게 피를 주는 일이다. 수지성당에 도착하니 조금은 한산하다. 점심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 것이다. 문진을 위해 헌혈 기록카드를 채운다. 문항은 신상정보와 혈액형, 복용약, 질병유무, 해외경험 등이다.

질병 항목 전부 ‘아니오’라고 답하다 보니 건강한 것 같아 기분이 가벼워졌다.

사실, 헌혈을 하려다보면 건강 체질로 변해가는 것도 같다. 헌혈을 위해 지난주부터 술자리도 피하고, 식사도 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화를 위해 산책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위해 일찍 자려고 애쓰며 나름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문진이 시작됐다. 혈압을 재고, 네 번째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검사를 한다. ‘B형’이란다. 혈액형을 다시 확인했다. 뽑을 피는 320㎖, 우유팩보다 조금 많은 양이다. 400㎖를 뽑아도 된다고 말하자 간호사가 웃으며 여성은 320㎖만 헌혈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자리에 누워 헌혈을 시작한다. 예상시간은 10분 정도. 말은 하지 않았어도 마음속으로 우려를 좀 했는데, 헌혈 예상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혈관이 얇아 피가 잘 나오지 않아 ‘쥐었다 폈다’하는 손 운동을 많이 했을 뿐이다.

헌혈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헌혈로 모아지는 혈액의 80%는 군의경과 학생들의 몫이라는 것.

특히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혈액보관소에 재고가 없어 비상대책을 논하기까지 했단다. 학생들은 부모의 동의를 받고 헌혈을 하는데, 헌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항의전화를 걸어오는 부모까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씁쓸하다.

신자들이 헌혈을 하기 위해 속속 도착했다. 나이가 있는 분부터 젊은이까지 다양하다. 나란히 옆자리에 누워 헌혈하자니 기분이 묘하다. 씩 웃으니 상대방도 웃음으로 응대한다. 미약하지만 사랑과 생명나눔에 함께하는 기분이다. 기분이 좋다.

오 기자가 헌혈을 마치고 받은 헌혈증서를 봉헌함에 넣고 있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