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카리스마를 찾아서-2.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06-08 수정일 20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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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일생을 걸다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Oblates of Mary Immaculate O.M.I, 창립 1816년).

생소하게 들린다. 전임 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요청에 의해 교구에 진출한지 벌써 18년이나 지났지만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이름 9자를 알고 있는 신자가 많지 않다.

70여 개국에 진출해 선교활동

하지만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수도회라고 해서, 외국교회에서도 그런 것은 아니다.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가 진출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북극에서 호주 토착민, 파라과이 원주민들에 이르기까지 70여 개국. 회원 수만 4500여 명이다. 오블라띠의 영성을 따르는 신심 단체도 전 세계적으로 30여 개에 이른다.

그 선교 수도회가 교구청 지척인 이목동에 위치해 있다. 교구에서 걸어서 가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며 사목하는 사제는 이탈리아, 스리랑카, 인도, 한국 등 6명. 이들은 오늘도 오블라띠회의 영성을 위해 기도하고 일한다.

그 카리스마를 요약하라면 ‘선교 수도회’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의 봉사, 영혼의 구원을 위해 온전히 헌신한다”는 것이다. 복음선포가 존재의 이유인 셈이다.

그 도구는 ‘사랑, 사랑, 사랑’이다. 이는 창설자인 에우제니오 드 마제노 성인(1782~1861, 프랑스)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성인은 선종 당시 “여러분 가운데에서 사랑, 사랑, 사랑을 잘 실천하고 밖으로는 영혼의 구원에 힘 쓰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성인은 더 나아가 이런 말도 남겼다. “주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나를 보내셨다.”

따라서 복음화의 도구가 사랑이라면 그 대상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성인은 수도회 첫 번째 목적을 농촌 지역 등 가난한 자들에 대한 복음 전파와 평신도 양성을 위한 본당 영적 피정 지도 등으로 삼았으며 신학교 운영과 청소년 사목 등 다양한 사도직 분야로 확대해 갔다.

수도회 회원들이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알리기 위해 일생을 걸고 기도하고 실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한국의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회원들을 만나려면 가장 낮은 곳에 가야 한다. 지난 20년 가까운 시일동안 회원들은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알리는 작업을 벌여, 현재 노숙자 무료급식소와 외국인 노동자 사목, 소외 계층 청소년 사목, 병원사목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 결손가정 아동, 가정 폭력 피해 청소년 등이 언제든지 찾아와 쉴 수 있는 청소년 쉼터 및 아동 그룹 홈(안나의 집), 청소년 자립관(에우제니오의 집)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식사 한 끼 편하게 할 수 없는 노숙자와 홀몸 노인 등을 위해 일일 평균 500여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IMF 당시 모두들 노숙자와 실업자 문제에 대해 골몰하고 있을 때, 청소년 노숙자 문제를 이 사회에 처음으로 제기한 것도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 회원들이다. 이밖에 오블라띠회는 이를 통해 남한은 물론 북한과 중국 선교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또한 평신도 영성지도, 젊은이 사목 강화 구상과 함께 끊임없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사랑으로 오블라띠회의 카리스마를 한국 교회에서 펼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성직자와 수도자를 위한 피정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 하느님 증거

수도자들이 주로 ‘현장’에 있다고 해서, 기도까지 소홀할 순 없다.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라는 명칭 자체가 ‘원죄 없으신 마리아 봉헌 선교 수도회’라는 뜻이다. 그래서 회원들은 늘 마리아를 항상 어머니로 여기고 살아가며, 마리아의 삶을 따르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다.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를 설립한 에우제니오 성인은 이렇게 말했다.

“오블라띠인의 삶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삶이다. 재산, 가정, 현세에서 안주할 수 있는 모든 부귀 영화를 버리고 선교 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예수님을 따르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생활 안에서 증거함으로써 그들이 그리스도를 알게 한다. 오블라띠인의 삶은 인간 공동체를 위한 삶이다.”

5월 26일 경기도 한 도시에 위치한 청소년 그룹홈을 찾았다. 복지시설이라면 있어야할 간판도, 안내 표지판도 없다. 각기 사연을 안고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나 직장에 나간 시간.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의 한국인 신부가 반갑게 맞는다. 로만칼라 하지 않은, 편안한 티셔츠 차림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맘씨 좋은 이웃 청년의 모습이다. “우리는 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할 겁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수도회 회원들의 헌신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희생의 길을 따라 걷겠다며 지난 3월 1일 2명의 청년이 오블라띠 선교 수도회에 입회했다.

※성소 상담 및 후원 문의 031-268-7145

※홈페이지: http://www.oblates.or.kr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