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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21.하느님의 기적

입력일 2007-11-25 수정일 200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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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삶 속에 있다

기적. 이 단어는 인간의 상식이나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일어나는 일을 일컫는다. 비행기 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느 한 사람이 상처하나 없이 살아났다면 이를 기적이라고 말한다. 사람 사이에서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자연 질서를 거슬러서 일어나면 이것을 기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기적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을 제외하고도 구약이나 신약에는 무수한 기적 사례가 나온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기적을 상식에 위배되고 과학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믿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닥치면 하느님에게 의존하거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로또 복권을 산 사람은 혹시 당첨될까 기대하면서 기적을 바란다. 대학 시험을 치를 자녀를 둔 학부모는 지극 정성으로 하느님께 기도한다. TV나 신문에 대형사고가 발표되고 그 가운데 내 가족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자기 가족만이라도 기적적으로 무사하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기적이 자신에게 이롭게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눈 앞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기적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멀리 있는 기적들에 매달리기 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적들에 눈을 돌려 보면 어떨까. 우주 만물과 자연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닌가.

세상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은 분명 기적의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우주의 별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게 하셨다. 또 태양의 핵융합 에너지는 지구에 이르러 만물이 살아가는 에너지를 준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곡식이 무르익고 가을이면 잎을 물들인다. 그 에너지로 엽록소는 탄소동화작용을 도와 산소를 배출하여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숨 쉬고 살게 하고, 자신은 영양소를 만든다.

이렇게 자연 질서 그 자체가 기적이다. 봄이 되면 얼음을 뚫고 나오는 새싹이 바로 자연 질서이자 기적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 자연 질서를 거슬러 다양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것을 과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알아낸 과학은, 양자역학이 상대성원리와 충돌하고, 세포 분화와 개체 형성의 기작과 이유도 모르는 초보적인 수준일 따름이다. 그나마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런 작은 질서조차 모른다. 반도체의 원리는 몰라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인공지능 로봇이 미래에 우리의 손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의 기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에, 우리들 사이에 내려왔다. 사람을 만드신 하느님의 질서와 진리를 알려주시고 그 진리대로 살기를 가르쳐주신 예수님은 사람을 통하여 기적을 행하셨다. 그 기적은 지금도 행하여지고 있고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르 11, 23~24)

예수님은 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카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고(요한 2, 1~12), 병자를 고치셨고(마태 14, 34~36; 15, 29~31; 마르 6, 53~56; 루카 4, 40~41), 라자로를 살리셨다(요한 11, 1~44). 이밖에 예수가 기적을 행한 것은 수없이 많다. 예수님은 그렇게 생전에 많은 기적을 행하셨고 돌아가신 후 마지막에는 부활하셨다.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은 모두 사람과 관련한 기적이거나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 구약의 하느님의 창조와 섭리의 기적으로 우리에게 보이셨다면 예수는 우리 인간들을 위한 세상살이의 기적을 우리의 눈 앞에서 보여주셨고, 지금도 ‘사랑’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이 사랑의 기적을 두고 어디에 가서 기적을 찾겠는가. 신이 이 땅에 와서 사람을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사실. 또 그 사실을 믿고 고백하는 많은 이들의 사랑 실천보다 더 큰 기적이 있는가. 이렇게 기적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러기에 기적이신 예수님은 스스로를 ‘사람의 아들’(마태 12, 8)이라고 말씀하신지도 모른다.

국일현(그레고리오, 대전 공주 중동본당, 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방사선산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