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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8.사랑의 일치

입력일 2007-11-04 수정일 200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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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에 맞게 사랑하라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 21~22)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살면서 되어야 하는 모습이고, 죽은 후 다시 살아서 되어야 하는 모습이다.

오늘도 미사에서 예수님을 모신다. 아버지가 내 안에 있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현실로 경험한다. 사랑의 일치! 이 경험은 미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 43~44)

예수님은 그렇게 사셨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셨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그 완전함을 실천하라고 몸으로 명령을 하신 것이다. 하느님을 내 몸에 모시고 아버지가 완전한 것 같이 나도 완전하게 살아야 한다. 온 우주의 진리와 사랑을 느껴 삶에 옮겨야 한다.

그렇다고 예수님의 생애와 같이 살고, 삶 전체를 던져 사랑을 실천하라는 말씀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각기 역할이 있고 처지가 다르다. 그러므로 자신의 역할과 처지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과 처지가 무엇인지 창조하신 전체와 개체의 모습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모든 포유동물은 수정란 한 개, 즉, 한 개의 세포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졌다. 정자가 난자 속으로 들어가 수정란이 되면 이로부터 복잡한 단계를 거쳐 하나의 개체를 이룬다. 단 한 개의 세포가 분화하여 어떤 것은 뼈를 만들고, 어떤 것은 피가 되고, 어떤 것은 뇌가 되고, 어떤 것은 살이 된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보고 이 분할을 상실기, 포배기, 낭배기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분화된 세포들은 어느 정도 과정을 거치면 특정 장기를 이루면서 그 기능을 발휘한다. 세포 안팎의 환경에 따라 특정장기 기능에 맞는 유전자는 더욱 활발하게 발현되고 그렇지 못한 세포는 휴면상태에 놓이면서 장기가 형성된다.

입은 입의 역할을 하고 손발은 손발의 역할을 하고 뇌와 심장은 뇌와 심장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왜 그렇게 분할하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물이 탄소, 수소, 질소, 산소를 중심으로 많은 원소가 결합하여 각기 고유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어느 개체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각 생물 속에 잇는 장기는 각자 자기의 역할을 하여 개체가 존재하는데 지장이 없게 계속 대사하고 호흡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각 생물은 각자 자신의 시공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서로 어울려 생존한다.

이 얼마나 오묘한 진리인가. 필자가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대로 별, 태양, 빛, 에너지 삼라만상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느님이 만드신 이 우주도 하느님이 만드신 진리와 규범 그리고 절차를 따라 순응하며 운항한다. 모든 생물이 그렇게 살고 모든 세포가 그렇게 분화한다. 이 모든 것이 사랑과 어울림의 모습이다. 하느님은 모든 이에게 태어나면서부터 그 진리가 무엇인지 알려주셨고 예수님은 어떻게 따라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항상 일깨워주신다.

그런데 겨우 수정란 하나에서 태어난 인간을 모든 생물의 먹이 고리 위에 위치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더니 창조주 하느님의 진리를 외면한다면 말이 되는가. 서로 싸우고 죽이고 짓밟고 빼앗고 거짓하고 교만한 삶을 산다면 말이 되는가. 이제는 환경까지 파괴하여 삶의 터전으로 마련해 주신 지구마저 온난화시키고 괴멸시켜서는 말이 되는가.

각자가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주님이 가르쳐주신 삶을 실천하여야 한다. 예수님의 몸을 나누어 먹고 한 몸이 되어 서로 사랑해야 하고, 각자의 환경과 처지에 맞게 욕심을 버려 예수님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 우리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되고, 각자의 처지에 맞게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 우주 모든 창조에 기여해야 한다. 우리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영원히 시공을 초월하여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