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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6.선택

입력일 2007-10-21 수정일 200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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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는 사랑

“우주(코스모스)를 정관(靜觀)하노라면 깊은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 때 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아득히 높은데서 어렴풋한 기억의 심연으로 떨어지는 듯한 아주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 칼 세이건, 1980.

마치 쏟아져 내릴 것 같다. 깜깜한 밤에 바다나 깊은 산중에서 바라 보는 하늘의 별에선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거기서 핵융합으로 수소가 태어나고, 탄소, 질소, 산소의 사이클로 수많은 원소가 태어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뱉는다는 증거이다. 결국 우리가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새로운 원소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창조의 현장’을 보는 것이다.

생명은 지구에만 있을까.

이 궁금증을 위해 20세기말, 미국과 러시아는 많은 우주 탐사선을 외계에 내보냈다. 그 결과 태양계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에만 물과 생명이 있음이 확인됐다. 목성과 토성은 물론이고 화성, 수성도 원소가 다양하지만 물과 생명의 씨앗이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더 나아가 우주 통신 결과, 우주 어디에도 생명의 씨앗이나 움직이는 생명의 파동과 존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몇 달 전 이글에서 언급하였듯이 현재로선 우주에는 유일하게 지구에만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 이것이 현실이고, 현재이다.

고구려가 망하지 않고 고토를 회복했으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존재는 이미 수많은 상태의 가능성 중의 하나로 선택되었고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순간 선택해야 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서 현재가 있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현재의 우주, 지구, 생명, 생태계, 인간, 나와 이 글을 읽는 독자의 현존이 이미 선택되었고 그 존재는 변할 수 없다. 우주 만물의 현존재는 가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이고 하느님의 유일한 진리로 지배된다. 현존 전체가 하느님 사랑 속에 아울러진 상태다.

그러나 그 현존은 하느님이 선택하신 하나의 상태일 뿐이다. 사실 과거의 시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주 모든 존재는 오늘의 시간과 공간이 있기까지 너무도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래의 선택’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이 하느님께서 그 미래를 선택하시면서 동시에 우리에게도 선택을 제안하고 계신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요한 6, 51)

예수님은 삶을 주는 먹이요,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먹어 시공을 초월한 생명을 얻으라고 선택을 요구하신다. 하느님은 인간과 현존을 창조하는 선택을 하셨는데, 이제는 반대로 인간이 하느님을 먹고 새로운 생명을 얻으라고 선택을 제안하시는 것이다.

이 말씀은 우주의 질서의 새로운 면을 제시하는 중요한 단서와 존재의 이유를 제공한다. 그러나 선택을 당하고 선택을 해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한 법칙을 두고 그 이론에 대해 토론하려면 쌍방이 그 이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의사소통이 된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하려고 해도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의사를 교환할 수 있다.

하느님이 오늘의 우주만물과 우리를 왜 선택하셨는지, 또 예수님이 우리가 왜 자신을 먹고 생명을 가지라고 말씀하시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대화하기 위한 공통분모를 준비해야 한다.

그 공통분모는 나를 버리는 사랑이다. 예수는 모든 이를 위하여 스스로를 버리고 모든 이에게 따라서 사랑하기를 가르치셨고, 자신을 먹고 하나가 되어 생명을 얻으라고 제안하셨다. 그러나 하느님 뜻을 이해하고자 하면 현존하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하느님이 나를 선택하셨듯이 내 안에 그 분을 모셔야 그 뜻을 알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하느님이 제시하신 새로운 질서가 무엇인지 같이 느끼고 대화하기를 제안한다.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