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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4.창조 질서와 조화

입력일 2007-10-07 수정일 2007-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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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려라

매년 여름이 되면 도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심한 열대야로 고생한다.

하지만 같은 여름밤이라도 광합성을 하는 수풀이 우거진 계룡산 계곡은 시원하다. 또 계곡물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갑다. 균형이 깨진 생태계와 조화로운 생태계가 이렇게 다르다.

물은 온도가 내려가면 얼음으로 변한다. 겨울눈을 돋보기로 보면 아름다운 얼음 결정이 선명하다. 물 분자가 얼어 가면서 규칙적으로 정렬하기 때문이다. 물을 데우면 맹렬히 끓고 물 분자는 엄청난 에너지로 진동하다가 기화하여 수증기는 고압의 에너지를 갖는다.

모든 물질의 분자는 고체, 액체, 기체를 거치면서 상태와 활동이 변한다.

물질의 에너지상태와 질서는 압력, 온도, 밀도 등에 따라 변하고 과학자들은 이를 열역학 수식으로 표현하였다.

■ 국부적 상태를 전체로 연계

열역학은 전체 상태를 계산할 수 있어도 국부(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표현할 수 없다. 미소한 원자나 분자의 세계는 극히 작고 우리가 보는 원자 ○○○○개가 모인 거시세계와는 전혀 다르므로 연계가 필요하다.

국부 세계와 전체의 연계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지구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가뭄이 극심하다. 각 지방의 국부적 기후 변화와 전체적인 나니누 현상, 그리고 온난화 현상을 연계해서 해석해야 한다. 원자나 분자처럼 미소한 계를 전체와 연계해야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원자의 진동과 분자에 가해지는 국부 압력을 계산했고 일부 계에서 부분적으로 섞이고 엉키고 뭉치는 각종 현상을 알아 냈다. 이제는 이런 국부적인 계의 상태를 통계적으로 종합하여 전체 상태를 표현하는 열역학 수식도 발견하였고, 미소 계도 표현하고 전체 상태도 연계하게 되었다.

■ 열역학 법칙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이처럼 태초부터 모든 것이 열역학에 따라 만들어졌다. 별에서 떨어져 나온 태초의 지구는 엄청나게 높은 에너지의 불덩이였고, 별에서 만들어진 온갖 원소가 뒤섞여 높은 온도로 들끓었다.

지구는 돌면서 무거운 원소는 내부로 모이고 가벼운 기체는 하늘로 확산되었다. 표면에서부터 식어갔고, 각 지역별 계의 온도가 달라 지각은 밀고 밀리면서 높낮이가 달라졌다.

수소와 산소는 물 분자로 변하고 식은 물은 낮은 곳을 메워 계곡, 강, 바다를 이루었다. 질소와 산소 등은 기체 분자로 바뀌었고 고분자, 유기물, 세포, 미생물, 식물, 동물이 탄생하고 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시작하였다.

태초부터 창조된 우주 모든 것이 열역학 법칙에 따랐고 후세사람들이 학문으로 만들었지만, 이 진리는 학문 이전에 처음부터 존재하였고 우주를 지배하였다. 열역학 법칙은 사람 이전에 있었다.

■ 이 경이로운 법칙을 보고도 하느님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열역학적으로도 미소한 계는 각자 역할을 하고 있고 전체와 동적조화를 이룬다. 자연계 모두가 그렇고, 균형이 깨지면 조화를 잃고 미소 계는 막히고 터지고 싸운다. 하느님의 조화로운 세계를 깨고 암적인 계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각자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도록 예수께서 이르셨다.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 예수께서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치셨다.(마태 19, 11~27) 그리고 욕심을 키우고 전체의 조화를 깨는 암적인 존재가 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루카복음 20장 9~16절 까지를 보면 욕심에 눈이 어두워 하느님의 아들을 죽이는 소작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이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맡겼는데, 소출을 받으러 종을 보냈더니 매질하고 내쫓고, 아들을 보냈더니 상속자라고 죽였다는 비유의 말씀이다. 자신의 이득에 눈이 멀어 창조주의 아들을 죽인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자신의 욕심에 눈이 멀어 하느님을 못 보고 예수님을 두 번 돌아가시게 하지는 않는지.

오늘을 사는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게을리 하여 하느님이 창조하신 전체 계를 망가뜨리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매일 돈, 힘, 세력이라는 욕심을 채우다가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고 암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