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레오 14세 교황, 로마교구 주교좌 착좌

박지순
입력일 2025-05-26 16:18:39 수정일 2025-05-26 16:19:45 발행일 2025-06-01 제 344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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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라테라노 대성당서 주교좌 착좌식 열려…강론 통해 ‘성령의 이끄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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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교구 교주장 주교인 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로마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주교좌에 착좌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로마교구 주교좌성당인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주교좌에 착좌했다. 교황은 로마교구의 교구장 주교이기도 하다.

교황은 라테라노 대성당에서 첫 미사를 주례하며 강론을 통해 “일치는 무엇보다 우리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끊임없이 회개하는 가운데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우선으로 성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모습을 상기하면서, “성령께서는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을 우리의 형제자매로 이해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신다”고 밝혔다.

또한 교황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솔직하게 말하게 하며, 우리의 욕구를 순수하고 맑게 하고, 우리의 행동을 관대하게 할 때, 우리는 복음에 더 확신을 갖고 변모하게 되며 이를 통해 복음의 메시지를 선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복음을 보면 우리가 인생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성령께서는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상기시킨 모든 것을 우리가 살아가고 따를 수 있도록 이끄신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라테라노 대성당에서의 착좌 행사 후 로마 성모대성당으로 이동해 ‘로마 백성의 구원’(Salvation of the Roman People)이라 불리는 성모 마리아 이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성모대성당 ‘로마 백성의 구원’ 이콘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외 순방 전후 항상 찾아 기도를 바쳤던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황은 5월 24일에는 교황청 직원들을 만나 “선교사로서 일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자신의 교황직 수행을 도와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많은 수의 교황청 직원들이 오래 근속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교황이 바뀌어도 교황청 조직은 그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 말에 교황청 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뜨리자 교황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교구나 교황청 조직은 주교단과 교회의 역사를 보존하고 전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억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조직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기억은 과거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를 풍성하게 하고 미래로 인도하는 기능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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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로마 성모대성당 ‘로마 백성의 구원’ 이콘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CNS

한편 교황은 5월 21일에는 즉위 후 처음으로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하느님이 모든 처지의 사람들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광장에는 약 4만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다.

교황은 일반알현 강론을 통해 “비옥한 토지와 돌밭에 씨를 뿌린 농부의 비유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을 알려 준다”며 “우리는 이해타산(calculating)에 익숙하고 때로는 이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이해타산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이 말씀의 씨앗을 모든 종류의 토양, 즉 우리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든 던져 주신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가 비록 비옥한 토양이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더 좋은 땅으로 만들어 주시도록 청을 드리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쓴 강론 전문을 읽었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쓴 요약본도 함께 읽었다. 교황은 일반알현을 마치면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인도적 원조를 제한하고 군사작전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며 “진심에서 충분한 인도적 원조를 허락하고 적대적 행위를 끝내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가자지구 상황에 의해 어린이들과 노인들, 병자들이 가슴이 무너지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2월 12일 마지막으로 일반알현에 나섰고 이틀 후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한 후로는 일반알현이 열리지 못했다. 3개월여 만에 열린 일반알현에서 교황은 포프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해 군중들 사이로 이동했고, 아기들을 축복하기 위해 차를 멈추고 아기 이마에 십자가를 그었다.

교황은 이에 앞서 5월 20일에는 로마 성 밖 성 바오로 대성당을 방문해 사도 바오로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사도 바오로 선교 열정의 계승자인 자신의 사명을 되새겼다.

교황은 이날 성소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황의 성소를 포함해 모든 성소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황이 성 바오로 대성당을 방문한 것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로마 시내 대성당(major papal basilicas) 연속 방문 일정 중 하나로 이뤄졌다.

교황은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성 바오로 대성당을 수 세기 동안 관리하고 있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복음 선포의 원천인 사랑을 이야기하자면, 베네딕토 성인이 수도회 규칙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형제적 자비와 모든 이를 향한 환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