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쾌한 나눔 문화 조성 앞장, 한국가위바위보협회 장용 회장

박주헌
입력일 2024-05-16 수정일 2024-05-21 발행일 2024-05-26 제 339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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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즐기는 가위바위보 통해
승리·나눔의 기쁨 즐기게 이끌어
“기부의 본질은 나눔…기부자도 즐거움 만끽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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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돈만 내면 된다는 식의 기부는 나눔의 본질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나누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일’이어야 하지 않겠어요?”

방송인 장용(스테파노·인천 서운동본당)씨는 이렇듯 “나누는 사람도 웃을 수 있는 유쾌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자” 2020년 한국가위바위보협회(이하 협회)를 세웠다. “놀이 문화와 합쳐진 기부 문화”를 강조한 장 회장은 협회 설립 취지에 대해 “사람들이 사회적 시선, 도덕적 의무감에 쫓기듯 돈을 내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나누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랄 따름”이라고 밝혔다.

방송인으로서 웃음과 재미를 전한 지 40여 년, 장 회장은 이제 나눔이 선사하는 본질적 웃음을 일깨워 주는 일에 나섰다. 지난 팬데믹으로 인해 계획이 두 차례 무산되며 본격적 협회 활동은 아직이지만, 장 회장은 회사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에서 진행자를 맡아 가위바위보 대회를 열며 시동을 걸고 있다.

“참가자 한 사람 당 1만 원씩 내고 다 같이 가위바위보 시합을 펼칩니다. 최종 상금 1만 원을 제외한 모금 전액은 최종 우승자의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는 발상이에요.”

여러 재미있는 놀이 중 가위바위보를 택한 이유는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규칙이 명확하고, 재벌이든 천하장사든 차별 없이 깔끔한 승부가 나는 공평함”도 매력이기에 15년 전부터 가위바위보를 웃음 아이템으로 연구했다. 입 모양이 바지락을 닮았다는 데서 착안한 ‘바지락 가위바위보’도 장 회장이 개발했다. 바지락처럼 입을 다물면 ‘주먹’, 입을 벌리면 ‘보자기’, 혀를 보이면 ‘가위’가 된다. 손이 없는 사람도 함께할 수 있고, 상대의 익살맞은 표정을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터지는 웃음은 구구절절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더더욱 보편적 재미를 선사한다.

기부가 왜 꼭 즐거워야 할까. 장 회장은 “동정이 아닌 나눔이 기부의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누군가가 불쌍하다며 선심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당신을 도움으로써 어울려 재미있게 놀고 웃게 돼 고맙다’는 진심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사람들도 가위바위보 경기를 통해 기부의 유쾌한 본질에 다가간다. 최종 상금을 탔을 때 내심 느껴지는 인간적 안타까움보다 보람이 더 큼을 체험하는 것이다.

“돈을 차지하는 일시적 요행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재밌게 놀던 추억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일 거예요. ‘그 돈이 더 절실한 누군가에게 단비처럼 내렸으리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더 오래 갈 것 같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어요.”

“누구나 하느님의 본질을 닮아 나눔 자체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장 회장. 그는 “단순한 재미를 전하는 방송과 달리 여운이 오래 가는 웃음을 전하는 활동에 새로운 보람을 느낀다”면서 “웃음을 잃은 모두를 웃게 하는 협회 활동을 응원하고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협회 차원에서 첫 가위바위보 대회를 열게 되면 먼저 미혼모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 자체만으로 웃음이어야 할 잉태를 고통처럼 떠안은 그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습니다.”

장용 회장은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이 원동력이 되는 유쾌한 기부 문화를 꿈꾸며 한국가위바위보협회를 세웠다”면서 “사람들이 놀이와 어우러진 기부 활동을 통해 나눔의 즐거움에 눈뜨길 바란다”고 말한다. 사진 박주헌 기자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