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신부는 밀라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개략적인 밀라노 탐방부터 소개한다. 밀라노에서 ‘십 몇 분’이 주어진다면 이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서 한 시간, 세 시간, 하루에 이르기까지 밀라노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 좋은지를 재치 있게 풀어내며 밀라노와 친해지는 방법을 설명한다.
박 신부는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 미술원에서 교의 미술을 전공하며 5년 여를 밀라노에 머물며 밀라노 곳곳의 성미술을 만나왔다. 특히 박 신부가 전공한 교의 미술은 교회의 아름다운 가르침인 교의를 예술적인 시설에서 재해석하려는 분야다. 박 신부는 전문가의 시선에서 밀라노 현지를 잘 아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와 사람들을 풍부한 감성을 담아 전한다.
책은 무엇보다 밀라노의 성당과 성지에 담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보고다. 박 신부는 밀라노 대성당, 산 크리스토포로 성당, 산 에우스토르조 대성당, 산 사티로 성당 등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을 서사적으로 그려나간다. 그리고 기적의 성모 마리아 성지라고도 하는 산타 마리아 프레소 산 첼소 성당, 성체성사의 기적이 일어난 산타 마리아 인바도 성당, ‘기다림의 성모’ 등의 전승도 들려준다.
책에는 밀라노에 자리한 예술품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가득해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과도 비견되는 산 마우리치오성당, 르네상스 시대 회화를 비롯해 고금의 귀한 작품들을 소장, 전시하는 브레라 미술관, 나치 정권의 유다인 말살 정책으로 죽어 간 이들을 기리며 그들이 살았던 거리에 설치한 ‘스톨퍼슈타인 기념비’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술품들을 글과 그림으로 감상하게 해준다.
밀라노는 단순히 오래된 건축과 예술이 남아있기만 한 도시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다. 박 신부는 밀라노라는 도시의 건축과 예술에 머물지 않고 밀라노의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는다. 상냥한 필체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밀라노가 사랑한 사람들, 조금 생소하기도 한 밀라노대교구의 ‘암브로시오 전례’, 밀라노 사람의 삶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