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성당을 짓고 있던 어느 날이다. 평상시에도 별로 제복을 입지 않은 습성인데다가 공사장에서야 말할 나위가 없다. 여러 차례 같은 인사를 하고 받게 되었지만 그날도 노신사 한 분이 공사장을 여기저기 살피더니 성당이냐고 묻고는 신부를 찾는다. 바로 본당 신부라고 대답하니까 표정이랑 태도가 달라지며 근자에 이 동네로 이사온 아무개라고 하신다.
20여년 전 중학교 때의 담임선생님이셨다. 현장 구석의 합판 조각을 들치고 거소로 모셔 융숭한 대접(?)을 하며 옛날 얘기했고 선생님께서는 그후 모본당 신부님의 지도로 영세 입교하고는 사목회 간부로 애쓰시는 중이라는 등의 이야기 끝에 인사에 대한 말이 나왔다. 복장을 그렇게 하고있으니 일꾼들과 구별이 되지 않아서 실수가 많겠다고 하신다. 하기야 그 얼마 전에도 교적을 옮겨가지고 오신 분으로부터 면박을 맞은 적이 있었다.
작업복에 허술한 차림이니 신부인 줄 전혀 생각 못했던 그 아주머니는 농담이 심하다는 꾸지람이시다. 그 다음 미사에서 본당 신부였음을 알아보고는 정말 큰 실례를 했었다고 얼굴을 붉혔다. 많이 겪는 측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그분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셨을 게 틀림없다. 간단한 무슨 표시로라도 구별되는 복장이었더라면 그런 일은 예방되었을 텐데 싶어 미안했다.
인사라는 게 사람이면 하는 일이요 남에게 공경하는 뜻을 표하는 행위라면누구에게든 차이가 없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데서 실례가 많아지는 듯싶다.
허술한 차림의 사람이든 말쑥한 양반이든 같은 심경으로 예의를 갖출 수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성체 앞에 앉아서는 그러겠노라고 다짐하고서도 사무실에서는 문을 여는 사람의 차림새만을 보고 장사꾼이겠구나 차비를 얻으러 오는 사람이구나 하는 지레 판단이 내려지면 아예 인사부터 건성으로 하고 어서 나가 주기만을 바란다. 그들도 따뜻한 인사를 다정한 얘기를 주고받은 곳이 마련되어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