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철원본당 바논 신부,「신체 장애자 농원」적극 지원

입력일 2020-05-26 13:13:03 수정일 2020-05-26 13:13:03 발행일 1974-05-19 제 91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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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 준령에 새 삶의 터전
26가구 모여 자립 다짐
화전 정리 시책으로 과수원 조성키로

강원도 청원군 해발 9백98m의 금학산 준령을 넘어 다시 13km-. 여기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버림 받은 26가구 1백16명의 신체 장애자 가족들이 교회의 보살핌 속에 대자연에 도전, 새 삶의 보금자리를 일구어 가고 있다.

철원성당이 자리잡은 동송면에서 계곡을 타고 금학산을 넘어 13km 지점에 위치한 속칭 담터에 이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 개의 자연부락이있다. 여기가 73년부터 전국서 모여든 신체 장애자들이 불굴의 의지로 새 삶의 보금자리를 꾸려가고 있는「신체 장애자 자활농장」이다.

여기에 좌절과 실의에 빠진 신체 장애자 자활농원이 생기게 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정한 정착지 없이 떠돌이 삶에 쫓겨오던 이들은 다리 골절 허리 골절 팔 절단 등 불구의 몸이기에 사회인들 안에서 소외되어 산다는 의욕마저 잃어가던 중「신체 장애자 자활농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두 가구씩 모이게 되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서로 돕고 자활하자는 일념에서 이들은 굳게 뭉쳐 일하고 있다. 73년 3월까지만 하더라도 5세대이던 것이 현재는 26가구에 1백 16명이 살고 있으며 (성인 남자 65명 부인 21명 아동 30명) 그 중 성인 남자 전체와 부인 6명은 신체 불구자이다.

돌과 흙으로 담을 쌓고 지붕은 갈대나 풀로 엮은 오두막집에서 이들은 생활을 꾸려 나간다.

우거진 가시덤불의 풀밭을 개간하여 얻은 주식은 옥수수와 감자며 이 외에 팥 녹두 콩 등을 심어 연명해 나간다. 쌀 재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하면서 지금은 처음보다 생활이 좋아졌다고 이곳 주민 김인섭(47세) 씨는 말했다.

이러한 신체 장애자 자활농원이 있다는 것을 73년 6월 그곳 주민 박종혁(37세) 씨에 의해 전해 들은 바논(철원천주교회 주임ㆍ꼴룸바노회) 신부는 8명의 꾸르실리스따를 대동하고 그곳 주민의 실정을 현지 답사했다.

이들의 어려운 생활 환경을 목격한 바논 신부는 신자들에게 이들을 돕자고 호소, 성금 3만 원을 모금했다.

이것으로 그곳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1세대당 토끼 2마리씩을 전했다.

농촌본당의 어려운 살림을 하는 교우들의 실정을 감안 바논 신부는 그 후 뜻있는 은인들의 협력으로 20만 원의 성금을 다시 모아 닭 5백 20마리를 구입, 1세대당 20마리씩을 전해 주었고, 사료 36포와 비료 26포도 전달했다.

73년 성탄 때에는 성인과 아동들의 옷 7상자를 전해 이들의 삶에 의욕을 복돋아 주었고 74년 1월에도 각종 신발과 학용품 5상자도 전했다.

한편 바논 신부는 전교회장인 길성만 씨(33세 베드로)를 통해 1주 1회씩 정기적인 방문으로 인정과 사랑에 메마른 이들에게 그리스도가 전달하는 진리와 사랑을 심어 부푼 꿈을 일깨워 주고 있는가 하면 각종 신심단체와 꾸르실리스따들을 방문토록 하여 밀접한 유대관계도 맺고 있다.

그런데 국가 시책에 의한 화전(火田) 정리로 개간된 밭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바논 신부는 이곳을 상전(桑田)과 과수원으로 조성키로 지원 방법을 바꾸었다.

바논 신부는 지난 4월 16일 배나무 1년생 40주, 8년생 40주와 사과나무 40주를 전달, 본격적으로 과수원 조성에 나섰다.

또한 대나무 8년생 40주와 1년생 40주도 심어 소득 증대도 꾀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 상전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딱한 처지가 개선되기는 아직도 요원하며 금년에 심은 유실수가 열매를 맺고 상전이 조성될 때까지 그들은 계속 어려운 생활을 참고 견뎌야 할 실정이다.

바논 신부는 이들을 돕는 데에『가난한 우리 본당 신자들만의 힘만으론 부족하다』고 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에 입각한 전국 독지가들의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