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제언] 집 나간 아들

김원수·부산 수정본당
입력일 2020-02-12 11:25:27 수정일 2020-02-12 11:25:27 발행일 1976-09-19 제 102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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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집 나간 아들에 관한 말씀이 있다. 아버지의 곁을 떠나려는 작은 아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 아들은 방탕생활로 얼마 안 가서 재산을 탕진하고 굶주림을 참지 못해 아버지에게로 돌아오니 아버지는 그 작은 아들을 반갑게 맞아들이고. 새 옷과 새 신을 내어주며 살찐 송아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

이 말씀은 주님의 말씀이며 주님을 배신하고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이와 같음을 가르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중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회개하고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바란다면 언제든지 용서하고 기뻐하신다는 것으로, 이 정신이야말로 기독교회의 생명인 동시에 죄 중에 있는 인류의 구원의 등불인 것이라 믿어진다.

그러나 믿음의 최상의 길은 주님의 마음에 아픔을 드리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키고 주님의 말씀을 전파과하여 사회를 순화시키고 구원의 전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방향 없이 헤매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교회의 사명은 비할 바 없이 크다 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주님의 마음을 많이 상하게 하고 있다. 주님의 용감한 군사 되기를 서약하고 입교한 교우 중에 많은 사람들이 교회와 등지고 주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는다. 집 나간 아들과 같이 어디에서 방탕생활이나 하고 있지 않는지 알 수 없는 형제들이 많다. 교적은 있으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우리 가톨릭에서는 이러한 교우들을 냉담자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예수님의 수제자이던 베드로도 하루 저녁에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한 터이라 냉담자가 없으라는 법은 없겠지만 1백 마리 양 중에 한 마리의 잃은 양을 가슴 아파하시던 예수님을 생각한다면 수많은 냉담자를 갖고 있는 오늘의 교회는 어떻게 해서라도 냉담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그 방안의 일환으로 냉담자가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고 제거하야겠다. 냉담자가 생기는 이유 중에 하나는 새로 성세성사를 받은 사람이 처음에는 교회에 충실히 나오고 곧잘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위의 무관심과 소외감으로 점차 교회와 멀어지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므로 기존 교우는 물론 특히 새로 영세한 교우를 그 연령 성별 학력 등을 감안하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교회 안에 조직된 어느 단체에 가입케 하고 그 단체의 책임자들은 교회 내에서의 지도는 물론 단체의 구성원들과의 개인적인 접촉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것이며 단체활동을 통해 보람과 참여의식을 갖도록 함이 냉담자를 없애는 중요한 방안이 아닐까 한다.

집 나간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주님의 마음을 미리 알고 집을 나가지 못하도록 따뜻하게 감싸주는 형제가 되는 길, 이것은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큰 일이며 주님께 바치는 값진 효도가 될 것이다.

◆독자논단은 애독자 여러분의 난입니다. 교회 내의 건설적인 제안이나 비판이면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매수는 2백 자 원고지 5~7매 정도. 채택된 분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우송해 드립니다 (편집자)

김원수·부산 수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