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부활시] 4월의 환희 / 이해인 수녀

입력일 2020-01-29 15:33:07 수정일 2020-01-29 15:33:07 발행일 1976-04-18 제 100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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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동굴 속에 엎디어 있던

내 무의식의 기도가

해와 바람에 씻겨

얼굴을 드는 4월

산기슭마다 쏟아 놓은

진달래꽃

웃음 소리

설레이는 가슴은

바다로 뛴다

나를 위해

목숨 버린 사랑을 향해

바위 끝에 부서지는

그리움의 파도

못 자국 선연한

당신의 손을 볼 제

남루했던 내 믿음은

새 옷을 갈아입고

이웃을 불러모아

일제히 춤을 추는

풀잎들의 무도회

나는

어디서나 당신을 본다

우주를 환희로 이은

아름다운 상흔을

눈 비비며 들여다 본다

하찮은 일로 몸살하며

늪으로 심몰했던

초조한 기다림이

이제는 행복한

별이 되어

승천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복활하신 당신 앞에

숙명처럼 돌아와

진달래 꽃빛 짙은

사랑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