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시] 골고다의 언덕

김화자·부산 초장천주교회
입력일 2020-01-15 16:50:56 수정일 2020-01-15 16:50:56 발행일 1977-04-17 제 105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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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목 마르다

깜깜한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간

마지막 갈망의 언어여!

회오리 치던

조롱과 멸시와 천대의 아우성이

무리들에 묻혀가고

뼈를 뚫던 형리들도

성의를 제비 뽑아 돌아간

비-인 언덕

돌아본 역사 속 어디에

이리 처절한 죽음이 있더뇨

넓게도 벌리신 팔

골고다의 십자가여

님이여 내려오소서

우리의 죄업을 외면하소서

숨기신 전능을 보이소서

배반자의 흥정

은전 열 닢이오이다.

한쪽 박 물을 떠줄

착한 사마리아 여인도 없는

외롭고 쓸쓸한 오지

님을 목마르게 한 삭막한 언덕아

마음을 찢어

내 통회의 눈물을 드리옵고

태양이 꺼져버린

골고다의 어둠 속에 함께 있고자

선택의 땅 골고다여

구원의 피

땅의 맨 끝까지 이르게 하라.

김화자·부산 초장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