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매혹적인 저음의 은은한 목소리로「고별」「석별」등 일련의 이별시리즈 노래를 불러 우리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 가수 홍민씨(안젤로ㆍ41ㆍ서울청담동본당).
홍민씨가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 6월초「성가모음」테이프를 제작, 신자가수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T샤쓰와 헐렁한 바지차림으로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친근감 있는 모습의 홍민씨를 잠시 만났다. 『이번 테이프는 어떤 이익을 얻고자 만든 것은 아닙니다. 그저 좋은 노래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고 또 성가를 통해 하느님을 널리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73년 26세 때 DJ 이종환씨가 가사를 써준 번안가요「고별」을 부르면서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시작한 홍민씨는 그동안 1백여곡에 달하는 노래를 불렀다.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가수가 되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조급히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말한 홍민씨는『듣기에 편안하고 서정적인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밝혔다.
4년 전 영세한 부인유미라(안젤라ㆍ34)씨가 새벽미사에 갈 때면 꼭 데려다 주면서도 한 번도 미사참여를 안한 홍민씨가 세례를 받게 된 것은 지난86년8월.
우연히 당시 청담동본당 보좌신부인 최동진 신부(현재 번동본당주임)를 알게 되고 노래에 관심이 많은 최신부와 자주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전까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가톨릭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세례를 받게 된 것.
그 후 미사 중 특송을 부르기도 했는데 노래를 들은 김수창 주임신부는『답답하던 가슴을 시원하게 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처음에 성가가 의외로 부르기에 어려웠다』고 말한 홍민씨는『신자들이 쉽게 부르고 가까이서 늘 접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성가모임 테이프를 만들게 됐다』고 제작이유를 밝혔다.
이번「성가모음」테이프는 홍민씨가 직접 자비로 제작했는데 판매보다는 보급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아직까지 청담동본당에서만 판매하고 있으며 반응이 좋으면 시중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과 성가를 부른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제야 비로소 내갈 길을 바로 찾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홍민씨는『개신교에 비해서 가톨릭성가는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제작자들이 다루길 꺼려한다』며 음반제작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편 홍민씨는 지난 87년 11월 청각장애자들을 위한「사랑의보청기 보내기운동」에 동참, 가수 최진희ㆍ이광조ㆍ혜은이씨 등과 함께 낸 자선음반「나의 친구에게」중「내가살고 싶은 곳」을 부르기도 했는데『우리가 흔히 쓰는「불우이웃」이란 말자체도 누구에게 붙여야 할지 모르는 말』이라며『어떤 의미에선 우리 모두 불우이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인 안젤라씨와 아들지만(안셀모ㆍ12), 용선(안또니오ㆍ2)등 가족들의 세례명이「안」자 돌림이라「안씨가족」으로 통한다고.
가수로서 뿐 아니라 신양인으로서도 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홍민씨는 앞으로 자신의 텔런트를 최대한 활용, 하느님께 바치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