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외설이 판치는 일본만화에 어린이들이 심취해 있다.
국민학교 근처나 아파트단지내 문방구ㆍ서점 등지서 별 어려움없이 구입할수 있는 일본만화책은 5백원~1천5백원만 주면 아무런 통제없이 어린이들 손안에 들어간다.
특히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올 3월부터는 외국만화도 심의절차만 밟으면 국내 출판을 허용한다는 조처를 취함에 따라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일본만화가 심각한 유해환경의 하나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5월 <드레곤볼>이 국내 어린이용 책자와 함께 나란히 서점에 등장하면서부터.
일본의 한 아동만화잡지에 연재되고 있는 무협만화인 <드레곤볼>은 원시문명의 손오공과 현대문명에 살고있는 소녀 부르마가 저팔계 등과 함께 7개의 여의주를 찾기 위해 겪는 갖가지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표현한 총 23권짜리 장편만화. 국민학생은 물론이고 중ㆍ고등학생 및 대학생들까지 열광적으로 탐독했던 이 만화책은 지적될만한 문제들을 산더미처럼 안고 있음에도 불구, 사무라이 세계와 성윤리 제재가 비교적 덜한 일본의 문화의식을 뛰어난 솜씨로 치밀하게 그리고 있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해 어린이 독자들의 선풍적 인기를 불러모았다.
「드레곤 볼」을 기점으로 그동안 어린이들의 읽어온 일본만화책은 「닥터스럼프」「소년 공작왕」등 40여종에 이른다.
이 만화들은 대부분 옷을 벗은 여자 몸매를 담고 있거나 목욕하는 장면 그리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배경으로 하는 끔찍한 살상장면 등을 싣고있다.
만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대사를 보면 「난 말야 이 뼈 부러지는 소리가 좋아」「선량함이 생명을 지킬수는 없다」「갈기 갈기 찢어주마」 등이며 이외에도 머리가 터지는 장면, 가슴을 뜯어내 살상하는 장면, 손가락으로 두눈을 찌르는 장면,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토막내 씹어먹는 장면, 유난히 여성의 가슴이 확대된 그림, 무술의 1인자가 되기 위해 형제를 죽이는 장면 등 도저히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외설적인 내용이 당연하게 묘사돼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일본만화책이 등장하면서 이들 만화를 그대로 베끼거나 비슷한 내용으로 포장한 만화책이 쏟아져 나와 순수한 어린이 정서를 빠르게 잠식하는 유해만화환경을 한층 혼잡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상 어린이ㆍ청소년들은 폭력이 정당화되고 외설이 판치는 일본만화류를 통해 과중된 공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심의필 도장이 찍힌 만화책을 무조건 인정하는 풍토아래 무리없이 순환되고 있다.
돈보스꼬 청소년미디어연구회(회장ㆍ이부경, 지도ㆍ박경석 수사)가 지난 1~5월 서울시내 국민학교 4ㆍ5ㆍ6학년 3백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부모가 만화책을 사준다는 어린이가 1백97명, 친구에게서 빌리거나 직접 구입하는 경우가 각각 1백33명, 1백13명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님이 만화책 보는 것을 허락한다」가 2백8명인데 반해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어린이는 85명에 불과하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일본복사만화의 경우 대부분이 심의필 도장을 받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심의필이 찍혀있는 만화책조차 이미 시민들로 구성된 견제기구들로부터 저질ㆍ불량만화로 낙인찍힌 것들이 태반이다.
일본만화책을 비롯 비디오ㆍ잡지 등 아동ㆍ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각종 환경공해를 뿌리뽑는 작업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교회도 어린이만화 관계자들의 도덕성 회복과 건전한 환경조성을 위해 각 교구 교육국 및 본당 주일학교를 비롯 관련단체ㆍ모임들의 짜임새있는 가시적 대응책이 시급히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