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들이 엮는 광장] 나누고 싶은 한권의 책 -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 바렌친라스 푸친 지음

김창환ㆍ서울 문정동본당
입력일 2018-12-28 15:11:11 수정일 2018-12-28 15:11:11 발행일 1991-02-03 제 1740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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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의 애달픈 절규 그려

아내의 끝없는 사랑 인상적
우리가 한편의 좋은 작품 -그것이 시든 소설이든 영화든 간에- 을 만난다는 것은 실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기쁨은 오래도록 큰 감동으로 우리 곁에 남아서 두고두고 기억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모처럼 크나큰 기쁨과 영원히 잊을 것 같지 않은 감동을 맛보았다.

몇몇의 소련작가들에 의해서 소재화되기도 했던 시베리아벌판의 황량함이 오늘 이 소설을 통해서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은 웬일인가.

세상을 등지고 살아야만 하는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한 탈영병의 애달픈 절규는 이 눈내리는 벌판에선 오히려 아름다운 한 토막의 서정시 같고 젊은 아내의 남편에 대한 한없는 사랑-그것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었다-은 설사 죄를 안은 것이라 해도 한 폭의 수채화였다.

이 작품은 남편이 엮어내는 한편의 서정시와 아내의 영혼이 깃든 한 폭의 수채화를, 눈 내리는 광활한 벌판에 홀로 외로이 서서 감상하는 듯한 자기도취에 빠지게 했다.

우리에게 낯선 이 작품의 저자 바렌라스 푸친은, 단순한 이야기 줄거리를 가지고 우리에게 이토록 깊은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었던 것은 등장인물의, 특히나 여주인공인 ‘나스조나’의 날카로운 심리묘사를 통하여 독자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작품으로 인해 소련연방국가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싶다.

좋은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계층의 사람들이든 간에 은은한 향기로 심취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의 겨울날은 젊은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해서 한껏 부풀은 시간이었다.

김창환ㆍ서울 문정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