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 믿음의 대상이 되는 이에게 기도를 드린다. 인간은 이 기도하는 행위를 통해 종교적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도는 인간을 종교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스도인들의 기도는 외적으로 표현되는 종교적인 태도와 내적으로 통교하는 절대자이신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진실한 갈망을 추구하게 해 준다.
기도는 종교인이 항상 드려야 할 마땅한 의무이지만 특히 인생 삶의 중대한 계기를 만날 때나 혹은 기쁘고 슬픈 일,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할 때 더욱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믿고 신뢰하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림으로써 힘과 용기를 얻고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뜻 안에서 봉헌하게 된다. 성서 안에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하느님께 기도하는 인간들이 나타난다. 구약의 아브라함 모세 다윗 욥 그리고 예언자들 현자들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 초대 신자들 그리고 교회 역사 안에서 빛을 던져준 많은 성인 성녀들은 기도하는 인간의 전형을 이룬다.
기도의 힘은 위대하다. 기도는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 위대한 뜻에 자신을 전적으로 투신하게 해 준다.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받아들일 것을 원하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기까지 순종할 힘을 얻게 해준 것도 기도의 힘이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않고 이웃의 선익과 구원을 구하지 않고 이웃의 선익과 구원을 위해 일생동안 봉헌의 힘을 주게 하는 것도 기도의 은총인 것이다. 진정한 기도는 절대자이신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 인간 내면 깊은 곳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듣는데서 시작된다.
이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헤아리게 되는가? 하느님이 인간의 목소리의 형태로 말씀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뜻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가장 올바르고 최선의 것을 선택하라는 양심의 당위적인 명령 속에서 먼저 찾아진다. 인간은 이 판단 기준을 자신이 지닌 윤리적 지식과 계시된 말씀에 비추어 생각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는 양심의 기본 명령과 그리고 성서 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기는 과정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말과 행동으로써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생활을 함으로써 기도를 이루는 것이다. 기도는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세상 속에서 이루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인간이 성실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애쓸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도는 자기의 개인적인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공동선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는 의향으로 바쳐져야 할 것이다. 자기의 삶이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는 삶으로 영위될 때 하느님께 감사와 흠숭을 드리고 자기의 삶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생활로 이어질 때 자신을 반성하고 회개하며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고, 다시 올바른 삶에로 찾아가는 내적 쇄신의 과정이 기도행위인 것이다.
기도의 염원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고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황당무계한 것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인간이 성실히 노력하고 최선의 선택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마음들이 모아져 실행될 때, 인간의 기도는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