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바티칸 CNS】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는 약 40명의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수녀들이 살고 있다.
그 중 3명은 세르비아군이 포위한 수도 사라예보에 살고 있다.
세르비아군이 점령한 보스니아의 중심지 반야 루카에는 많은 수녀들이 살고 있다. 반야 루카는 아직 전화통화가 가능한 지역이다.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의 장상 로메티 수녀는 본원이 있는 로마에서 작년 보스니아에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세르비아군의 ‘인종청소’ 정책으로 인해 많은 수녀가 폭행과 성폭행을 당하거나 쫓겨났다고 말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보스니아에는 1백20명의 수녀가 있었는데, 현재는 사람들 가운데 교회의 현존을 알리기를 선택한 40명만이 남아있다고 57세의 로메티 수녀는 말했다. 많은 수녀들은 병원, 피난민 수용소 등에서 임신한 강간 희생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수녀들에 대한 성폭행은 지난 해 6월 반야 루카 교구 내에서의 세르비아군 부대가 23명의 수녀가 모여 있던 한 집을 한밤중에 침입함으로써 한번 일어났다.
수녀들은 발가벗기어져 구타당하고 성폭행을 당했으나 “아무도 임신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로메티 수녀는 말했다.
“그때의 충격은 여태 남아있고 수녀 일부에게는 심리적인 혹은 정신병적인 증상을 아직까지 남기게도 됐다”고 로메티 수녀는 말했다.
계속되는 성폭행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 수녀 중 어느 누구도 피임기구나 피임약에 대해 관심 가지는 수녀가 없었다고 로메티 수녀는 말했다.
“법은 교회내에서 평신도이든 수녀든 다르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 피임약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어떤 수녀가 임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출산하도록 도울 것입니다”고 로메티 수녀는 말했다.
보스니아에는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2만 7천명에서 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로메티 수녀는 이 숫자는 믿을만한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며 과장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야 루카에 있는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는 성폭행 당한 여성이 아기를 낳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로메티 수녀는 말했다.
산모가 아기를 원치 않으면 수녀들은 아이를 돌봐줄 가정을 찾는다고 로메티 수녀는 덧붙였다.
아기를 돌봐줄 가정을 찾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 로메티 수녀는 그 이유로 전쟁이 사람들의 마음을 궁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가난과 불안정입니다. 우리는 남을 위한 식량이 없습니다”고 로메티 수녀는 밝혔다.
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에는 30여 개국에 1천2백여 수도자가 있다. 이 수녀회의 미국 수녀 5명은 지난해 리베리아 내란 중 살해당한 바 있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최근 보스니아에서 성폭행당한 여성들이 낙태수술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바티칸 대변인 삐에로 팬나치니 몬시뇰은 최근 비록 수녀가 성폭행을 당한 후 임신되었다고 해도 낙태는 결코 권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낙태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몬시뇰은 역설했다.
몬시뇰은 이어, 교황이 보스니아 여성들에 대해 한 말을 수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킨다는 것은 교회의 전례(前例)에도 맞지 않는다고 역설한 이탈리아의 한 신부의 말을 일축했다.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교회 지도자들은 전쟁의 야만적인 상황 하에서 이곳에서 수녀들이 성폭행 당해왔으나 그 희생자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한 보도기관이 수녀 몇 명이 임신하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사실 여부는 교회 당국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
바티칸 소식통은 만약 수녀가 성폭행당한 후 임신했다면, 그 수녀원에서 가능한 한 많은 도움을 그 수녀에게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경우 수녀는 수녀원을 떠나가 아이를 기르든가 아니면 자신은 수녀원에 그대로 남고 아이를 입양하든가 하게 된다.
한편, 1960년대 초 아프리카 자이레의 폭동 기간 동안, 강간이 흔했기 때문에 그 지역 수녀들이 피임약을 먹도록 권고받은 적이 있다.
이탈리아의 한 수녀회 총원장 릴라아 캐프레티 수녀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수녀가 자신의 신분을 생각하는 한 강간이나 임신같은 극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프레티 수녀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면서 수녀원에 들어오고 또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수녀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프레티 수녀는 또 강간과 임신이 일어나는 곳에서 수녀는 “모든 방법으로 수녀회 공동체에 의한 도움이 주어진다”고 말하고 이어 하느님 은총에 의한 도움 또한 주어진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육적으로 어머니가 되도록 불림 받지 않았다. 그러나 하느님께 봉헌된 우리의 처녀성이 폭력으로 잃게 됐을 때 우리가 처녀성을 잃게 됐다고 아무도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하느님께 바쳐진 것은 완전하게 남아있기 때문에”라고 캐프레티 수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