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산’ 위에 우뚝 솟은 교회
문화와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많이 있지만 거리 곳곳에 아름다운 성당들도 적지 않다. 거리를 걷다가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북적이던 바깥 풍경과는 전적으로 다른 고요한 느낌을 받게 된다. 성당에서 잠시 쉬며 마음을 가다듬으면 몸이 다시 상쾌해진다.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인데, 센 강의 시테 섬에 자리 잡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예수 성심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oeur)이다. 이 성당은 파리 북쪽의 해발 130m 높이의 몽마르트 언덕에 우뚝 자리 잡고 있다. 파리는 넓은 평지에 있기 때문에, 이 성당은 어디에서든지 눈에 잘 띈다. 또 성당 앞 광장에 서서 내려다보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몽마르트(Montmartre)는 ‘순교자들의 산’이란 뜻이다. 이곳에서 많은 그리스도교인이 신앙을 위해 순교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신심 깊은 신자들의 처형과 무덤이 즐비했던 몽마르트 언덕은 시내 중심에서 밀려난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지였고, 무명 예술가들이 서로 의지하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성당이 건립되면서 몽마르트 언덕의 분위기는 많이 밝아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좁은 거리 곳곳에서는 고단한 삶을 가꾸었던 옛 사람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수 성심 대성당의 건립 계획은 1870년 프랑스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다음해 파리 코민(Paris Commune)과 사회 혼란이 계속될 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세워졌다. 대성당 건립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금 운동이 전개됐다. 파리의 기베르 대주교는 성당 설계 공모전을 열었고, 중세 시대의 성당을 여러 번 복원했던 폴 아바디(Paul Abadi, 1812~1884년)의 설계가 당선됐다. 드디어 1875년에 공사가 시작됐고, 40년이 되던 해인 1914년에 완공됐다. 그러나 축복식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에 거행할 수 있었다. 흰 석회암 대리석으로 건축된 성당의 길이는 85m, 폭은 35m, 높이는 83m에 이른다. 고딕 양식의 성당이 대부분인 프랑스에서 이 성당은 로만-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성당의 정면 출입구 위에는 아폴리트 레프브르(Hippolyte Lefebvre)가 1927년에 만든 프랑스의 국가적 성인 잔 다르크와 루이 9세의 기마상이 우뚝 서 있다. 성당을 돋보이게 꾸며주는 여러 지붕은 반원형보다도 뾰족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그 위의 긴 원형 종탑도 건물에 경쾌한 분위기를 준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 몽마르트, 그곳 성당의 가장 높은 종탑은 에펠탑보다도 높아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랜드마크가 됐다. 높은 돔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고, 지하 경당에는 성당의 소중한 유물이 잘 전시돼 있다. 성당이 완공된 초기에는 중세 건축의 모조품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에펠탑처럼 큰 사랑을 받는다.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