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마음으로 만리릍 바라보듯 응시하며 물흐르듯 흐르는 몸놀림 속에 우주의 기(氣) 는 복잡다단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허허롭게 합니다』
태극권 (太極拳)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잇는 대구대교구 영천본당 주임 정성우 신부.
정신부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은 태극권에 대해『태극이라는 것은 음양의 모체로서, 우주 전체의 심오한 이치를 다 포함하는 것이며 권 (拳)이라는 것은 육체와 마음을 겸비해서 지(智)와 용(勇)을 길러주는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인들이 모여 춤도 체조도 아닌 어정쩡해보이는 운동을 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태극권이다『기를 중요시하는 태극권은 기를 단전에 침잠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정신부는『태극권은 사람의 동작과 기를 연관시켜 기와 혈(血)을 왕성하게 함으로써 생활에 활력을 준다』고 태극권 단련의 효과를 설명한다.
신학생 시절부터 명상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정신부가 태극권을 접하게된 것은 80년초 인도에 있는 명상센터에서였다.
그때까지만해도 정신부는 태극권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영성지도신부가 명상에 대해 강의하면서 태극권을 자주 언급해 태극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다.
당시 함께 수련을 하던 유럽의 신부와 수도자들이 정신부를 만나기만 하면『타이치(태극권) 를 알고 있느냐』고 물어와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더 알려진 태극권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인도를 떠나 대만으로 온 정신부는 대만대학교 앞의 태극권 도장에서 정통 태극권을 배우게 된다.
정신부는 당시 장개석총통의 수석 경호원을 역임한바 있는 무림 소림사관장으로부터 태극권의 최고봉격인 진시태극권과 비전을 사사받았다.
진시태극권과 비전은 대만에서 조차 아무에게나 전수되지 않는 일종의 비술로, 전수받은 이가 1백명 미만이라고 한다.
『태극권은 진시ㆍ양시ㆍ오시의 3종류가 있다』는 정신부는『최근 국내에서도 태극권 동호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대부분 초보단계인 양시태극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신부는 태극권을 무술로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의 경향에 대해, 『상생상극 (相生相剋) 의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태극권에서 말하는 권 (拳) 은 자기방어의 수단이지 결코 공격의 수단이 아니다』고 역설한다.
『태극권으로 단련하면 내공이 단련됨으로써 자연히 외공이 단련된다』는 정신부는『태극권을 무술로만 여기면 그 본래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후배신부들과 본당 신자들에게 틈틈이 태극권을 가르치고 있는 정신부는『태극권은 음과 양의 기를 조화롭게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조화로운 인간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면서『궁극적으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세상만물이 하나의 도구구실을 하듯 태극권도 하느님께 나아가는 좋은 수련법의 하나』라고 말한다.
정신부는『1천여년전부터 전해 내려온 태극권은 옛사람보다 오히려 여유를 잃어 메마른 현대인들의 정서함양과 건강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정신부는 서양의 수도자들이 태극권을 통해 영성을 길러 나가는 예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태극권은 서양인보다 우리의 체질 조건에 더 맞아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